세이브더칠드런-서울대-본보 공동조사
더 크고 깨끗한 집으로 이사를 한다는데…. 신이 나지 않았다. 오히려 한숨이 나왔다. 전학 가는 게 그냥 싫었다. 남의 일로만 여겼던 왕따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대전 서구에서 유성구로 이사 가려던 3월, 정민주 양(11)의 머릿속은 이렇게 걱정으로 가득했다. 하지만….
정 양은 누구 못지않게 행복한 기분을 맛봤다. 전학 후 나흘 만에 치러진 학급 임원 선거에서 당당히 반장으로 선출되고서였다. 정 양의 붙임성 있는 성격 덕분이었지만 같은 반 친구들의 텃세가 심했다면 불가능했다. 정 양은 “전학생이 오자마자 적극적으로 나서면 설레발치는 아이라고 오해받기 쉬운데 친구들이 마음을 열어줬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 양의 사례가 대전이라는 도시의 특성을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고 입을 모은다. 다른 지역 출신을 잘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어린이 사회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난다는 설명이다.
유근형·이샘물 기자 noe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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