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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가 우울한 지구촌의 노동절

입력 | 2013-05-02 03:00:00

EU 실업률 12% 최고… 그리스 총파업




“노동의 존엄성을 기념하는 대신 절망의 울부짖음이 울려 퍼졌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1일 전한 세계의 노동절 표정이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그리스를 비롯한 유럽 일대와 미국, 아시아 등지에서 노동절을 맞아 노동자들이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치솟는 실업률 속에 언제 해고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높아지고, 빈부 격차가 심해지면서 노동자들의 상실감이 커지는 현실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그리스노동자총연맹(GSEE) 등 그리스 노동단체들은 1일 “정부가 27%에 달하는 실업률을 해결할 방안을 내놔야 한다”고 요구하며 총파업을 벌였다고 BBC방송이 전했다. 그리스 정부는 내년까지 공무원 1만5000명을 감원하는 법안을 최근 통과시키는 등 재정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대규모 긴축정책을 진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실업자가 늘어나는 것에 노동자들은 반발하고 있다.

그리스뿐 아니라 유럽 전체적으로 실업의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지난달 30일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의 3월 실업률이 전달보다 0.1%포인트 높아진 12.1%를 기록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고 발표했다. 세계적으로도 실업난은 심각하다. 국제노동기구(ILO)는 지난해 말 현재 전 세계 실업자가 1억9700만 명으로 전년보다 400만 명 늘었으며, 올해도 510만 명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도 1일 3만여 명이 참가하는 시위가 열렸다. 이에 따라 시 당국은 오전 6시부터 오후 9시까지 해당 도로의 차량 통행을 차단하는 등 비상 대응에 나섰다.

미국은 최근 경기가 회복될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지난달 비농업 부문의 일자리가 8만8000개 늘어나는 데 그치는 등 기대보다 회복이 더디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 빈부 격차의 확대도 노동자들의 한숨이 깊어지게 하는 요인이다. 미국 퓨리서치센터 조사에 따르면 2009∼2011년 미국 상위 7%인 부유층의 순자산은 평균 28% 증가했지만 나머지 93% 가구는 순자산이 4% 감소했다.

또 인도네시아에서는 자카르타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저임금 개선 등을 요구하는 파업이 벌어졌고, 터키 이스탄불에서는 시위대를 향해 경찰이 물대포를 발사하는 등 양측이 충돌했다고 DPA통신이 전했다. 최근 의류공장 건물 붕괴로 4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한 방글라데시에서는 근로환경 개선 등을 요구하는 집회가 열렸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