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 “美-EU와 무관세교역 ‘FTA허브’로 오세요” 中에 손짓
투자 기다리는 관광단지 예정지 전북 새만금방조제 위로 도로가 뻗어 있고 물막이 안쪽의 관광단지 개발 예정지는 공터로 남아 있다. 첫 계획 발표 후 24년이 지난 새만금 개발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김제=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지난달 18일 전북 김제시 도작로 한국농어촌공사 새만금 홍보관 2층. 이곳에선 세계 최장(33.9km) 해상 방조제로 기네스북에도 오른 새만금방조제 위로 왕복 4차로 도로가 끝이 보이지 않게 뻗어있는 것이 보였다. 방조제 안쪽의 광활한 관광지구 예정지는 휑한 공터였다.
2011년 개봉한 강제규 감독의 영화 ‘마이 웨이(My Way)’에 등장한 시베리아 전투 등 대규모 전투 장면은 새만금에서 촬영됐다. 군산시 새만금북로에 위치한 새만금군산경제자유구역청(SGFEZ)의 한 관계자는 “새만금 개발이 늦어지면서 빈 땅을 활용하기 위한 고육책”이라고 말했다.
푸둥과 새만금은 입지 등 많은 조건이 다르다. 하지만 국가의 운명을 좌우할 대역사(大役事)가 비슷한 시기에 시작됐지만 정치적 리더십과 결단, 추진력에 따라 얼마나 큰 차이를 낳을 수 있는지를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가 됐다.
기존 6개 부처에 흩어져 있던 새만금 관련 업무를 통합 관리할 ‘새만금개발청’이 9월 발족한다. 국무조정실 새만금사업추진기획단 성기만 문화홍보팀장(관광학 박사)은 “효율적인 관리 기구가 출범하는 만큼 새만금을 국가적인 사업으로 추진하는 데 속도를 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한국의 FTA 네트워크로 중국을 끌어들인다’
현대·기아자동차 전략기획실장 등을 지낸 기업인으로 지난해 7월 영입된 우시언 SGFEZ 청장의 주요 활동은 중국을 다니며 투자 유치활동을 벌이는 것이다. 올해 들어서만도 네 차례 베이징(北京), 광둥(廣東) 성 광저우(廣州)와 선전(深(수,천)), 허난(河南) 성 카이펑(開封), 산둥(山東) 성 등의 태양광이나 풍력발전 대기업 개발 사업자들을 찾아다녔다.
미 상무부는 지난해 10월 12일 “미국이 수입하는 중국산 태양발전 패널에 대해 최고 249.96%의 보복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EU도 지난해 중국 정부가 불공정하게 태양광 패널 생산업체에 보조금을 지급하는지 조사에 착수해 장벽을 높이고 있다.
중국 기업들과의 협의도 진행되고 있다. SGFEZ는 지난달 11일 중국 1위이자 세계 2위의 풍력발전 설비 생산업체인 중국 진펑커지(金風科技)의 베이징 본사에서 가오진산(高金山) 부총재 등을 만나 투자를 협의했다. 지난달 12일에는 중국 2위이자 세계 3위인 화루이펑뎬(華銳風電) 베이징 본사도 방문했다.
중국 정부는 산둥 성에서 광둥 성에 이르는 해안에 2020년까지 대규모 해상풍력발전 벨트를 조성할 계획이다. 발전 규모는 2011년 1GW(기가와트)에서 2015년 5GW로 늘린다. 중국 동해안과 배로 하루 거리인 새만금산업단지에 조성할 ‘풍력산업 클러스터’는 중 해상풍력발전소의 설비 제조기지로 최적의 입지조건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 SGFEZ의 설명이다.
○ “새만금과 중국의 인연은 깊다”
SGFEZ는 지린(吉林) 성 정부와 성 전국인민대표대회(의회)에서 오래 근무한 조선족 동포인 최명호 전 지린 성 전국인대 비서장을 4월 18일 명예대사로 위촉했다. SGFEZ 고희성 산업유치부장은 “중국 태양광발전업체의 60%가량이 모여 있는 장쑤(江蘇) 성 기업의 투자 유치에 역할을 해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와 SGFEZ는 2011년 10월 중국 국책연구기관인 중국사회과학원에 의뢰해 ‘새만금에 중화자본 투자유치를 위한 연구’ 보고서를 작성했다. 보고서는 “새만금에는 한국이 가진 FTA 우위를 적극 활용할 수 있는 등 네 가지의 전략적 이익이 있다”고 강조했다.
SGFEZ 조창완 관광개발부 전문위원은 “새만금의 한자어 ‘新萬金’과 영문 ‘New Golden Land’ 등은 ‘새로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의미여서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표현”이라고 말했다.
○ ‘산과 바다, 그리고 새만금 관광단지의 3박자 궁합이 맞으려면…’
다문화교류과 김창수 국제교류담당은 “군산과 산둥 성의 스다오(石島) 간에만 페리호가 운항하고 있으나 새만금에 신항만이 건설돼 접안 능력을 높이면 상하이(上海) 등 대도시를 잇는 크루즈선도 운항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중국인들이 이용할 수 있는 ‘외국인 전용 카지노’가 관광단지 내에 들어서는 것이 관광단지 개발에 중국 자본이 참여하거나 관광단지가 조성된 뒤 활성화하는 데 ‘핵심 관건’이 될 것이라고 관광전문가와 전북도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김제·군산=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