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원의지 변함없다” 밝혔지만 명분확보-국민동의 위해 신중 행보
북한의 도발 위협 때문에 고조됐던 한반도의 긴장이 최근 진정 국면에 들어서고 남북대화 재개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커지면서 정부의 대북 인도적 지원 여부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인도적 지원의 본격 재개는 박근혜정부가 ‘강대강(强對强)’으로 치달아온 한반도 위기국면을 전환하기 위해 북한에 손을 내미는 첫 신호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정부는 출범(2월 25일) 직후만 해도 “정치적 상황과 상관없이 분배 투명성과 철저한 모니터링을 전제로 대북 인도적 지원은 계속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유엔아동기금(UNICEF)이나 세계보건기구(WHO) 같은 국제기구를 통해서 주로 지원하되 남한의 대북지원단체들도 일부 동참하는 방식이 검토됐다. 통일부는 류길재 장관 취임 직후 국내 대북지원단체들에 “가장 시급한 지원사업의 내용과 품목을 정리해서 제출해 달라”며 실태조사를 벌이기도 했다.
정부가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에도 유진벨재단의 결핵약 대북 지원을 허가한 것은 이런 정책기조를 반영한 조치였다. 3월 방북 승인을 받은 유진벨재단은 현재 북한에 들어가 의료지원 활동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북한의 대남 대미 위협이 계속되고 개성공단이 사실상 폐쇄되는 사태까지 벌어지면서 인도적 지원 논의는 소강상태를 맞았다.
양운철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현재 얼어붙은 남북관계에서 그래도 현실적으로 시행 가능한 것이 대북 인도적 지원”이라며 “향후 한국이 국제무대에서 발언권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대북지원의 명분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탈북자 출신인 김병욱 동국대 강사는 ‘대북지원 예고제’ 실시를 제안하면서 “이는 북한 주민들도 ‘설 명절인데 남한에서 지원 안 오나’ 기대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북한 주민들도 이제는 남한에서 지원되는 것이라는 것을 안다”고 설명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