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모 빼닮은 박근혜 스타일
박근혜 대통령(가운데)이 1973년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 어머니 육영수 여사와 함께 국회의원 선거 투표를 하고 있다. 40년이 흘러 다시 청와대에 입성한 박 대통령의 리더십이 아버지, 어머니와 흡사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동아일보DB
대통령 취임 두 달을 넘기면서 첫 번째 청와대 시절 딸로서 체득했던 아버지, 어머니의 리더십이 하나둘씩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운영 과정에서 엿보인다는 평가가 나온다.
3월 21일부터 한 달 넘게 진행된 각 부처 업무보고와 1일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는 아버지의 이른바 ‘올코트 프레싱’ 스타일이 드러난 것으로 분석된다. 자신의 국정철학을 실현하기 위해 내각과 청와대의 말단 직원부터 장관, 수석까지 한 몸처럼 움직여야 한다는 식의 강한 압박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2일 “박 대통령에게는 어느 부처가 무슨 일을 하는가보다 제대로 그 일을 해내느냐가 중요하다”며 “부처 협업을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1일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도 박 대통령 앞에는 부처별 보고서가 아니라 정부합동보고서가 올라왔다고 한다.
박 대통령은 회의 자리에서 자신의 생각을 다양한 예를 들어 자세히 설명하고 지시하면서 공무원 모두가 자신의 국정철학을 왜곡 없이 이해하도록 하는 데 주력했다. 부처 업무보고 기간에만도 79건의 지시사항을 쏟아 냈다. 다만 이런 모습은 공무원들과의 소통의 의미도 있지만 “모두들 내 뜻을 정확히 알고 그대로 따르라”는 군주적 리더십의 일환이라는 분석도 있다.
박 대통령의 어머니인 고 육영수 여사는 퍼스트레이디 시절 밤새 국민이 보낸 편지를 읽고 답을 해 줬다고 한다. 박 대통령도 민원을 세세히 챙기는 ‘디테일 리더십’을 보여 주려 애쓰는 모습이다.
박 대통령이 민원비서관 인선을 특별히 고심했고, 평균 비서관 연령보다 아홉 살이나 많은 임종훈 전 인수위 행정실장을 임명했으며, 최근 대통령이 주재하는 모든 회의에 임 비서관 참석을 지시한 것도 그 이유다. 이번 방미에도 민원비서관을 데리고 갈 계획이다. 이전 정권에선 전례가 없다.
청와대에 서신과 ARS로 들어오는 공식 민원은 물론이고 여야 의원, 대통령이 개인적으로 받는 민원까지 민원비서관실과 제2부속비서관실이 함께 챙긴다. 한 여당 의원이 대통령과의 오찬에서 요청한 경기 화성시 융건릉 일대의 아파트 개발 논란에 따른 갈등 중재안을 대통령 지시로 민원비서관실이 챙기는 식이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