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명퇴 압박 받으면 별 수 있나”근로자 고용연장 효과 극대화 하려면 기업 부담 안늘리는 해법 찾기 시급
‘정년 60세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2016년이면 민간기업 근로자도 공무원처럼 법적으로 정년이 보장된다. 정년 60세는 고령화사회에 접어든 대한민국이 거부할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 됐다. 법 개정안이 통과된 마당에 이제는 그동안의 논란을 접고 혼란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시행까지 남은 3년 동안 정부와 기업, 근로자 모두에게 주어진 과제다. 정년 60세 시대가 열리면 나에게는 어떤 변화가 생길까. 60세까지는 누구나 해고의 두려움 없이 직장에 다닐 수 있는 것일까. 연금체계와 노후의 삶은 어떻게 달라지는 걸까. 장년층이 청년층의 일자리를 빼앗을 수 있다는 우려는 현실로 나타날까. 동아일보가 이런 의문들에 대한 해답을 찾아보는 시리즈를 연재한다.
“정년 연장요? 사기업의 속성을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만든 촌극이죠.”
삼성전자에서 부장으로 일하다 2007년 49세로 퇴직한 서한용(가명·55) 씨는 국회가 최근 통과시킨 정년연장법 개정안에 대해 “사기업에선 별 의미가 없다”고 주장했다.
정년 60세 법이 통과됐다고 실제 60세까지 마음 놓고 현재의 직장에 다닐 수 있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고용 안정성이 보장되는 일부 공기업 직원, 노조의 힘이 강한 일부 대기업의 생산직 근로자 등 특수층을 제외한 일반 근로자들은 정년 60세를 ‘그림의 떡’으로 여긴다.
현재 근로자 300명 이상 기업의 평균 정년은 57.4세다. 하지만 고용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55세 이상 퇴직자 중 소속 회사의 정년규정까지 다닌 사람은 10명 중 한 명꼴(10.7%)이다. 대다수는 정년을 못 채우고 등 떠밀려 회사를 떠난다. 성과를 내지 못하는 간부직원은 입지가 좁아져 설자리를 잃는다. 인정받는 직원은 임원으로 승진해 정년과 무관하다. 결국 현재의 기업 현실에서는 일 잘하는 사람이나 못하는 사람이나 정년이 큰 의미가 없는 것이다.
정년 연장이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되지만, 고용 안정성을 해치지 않으려면 준비를 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한상공회의소는 2일 보고서에서 “임금 삭감 없는 정년 연장은 40, 50대 근로자의 조기 퇴직을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능력에 관계없이 오래 일하면 임금을 더 받는 구조에서 정년 연장은 중장년 근로자의 명예퇴직, 희망퇴직을 압박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결국 정년 60세를 의무화한 고용연장법은 대한민국에 ‘고용 안정성 확보’와 ‘기업 경영 건전성 유지’라는 두 가지 숙제를 던졌다. 1998년부터 정년을 55세에서 60세로 연장한 일본처럼 기업의 부담을 늘리지 않으면서도 장년층에게 좀더 일할 기회를 줄 수 있는 해법을 찾아야 정년 연장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