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안승민. 스포츠동아DB
3일 대전구장. 훈련을 마치고 라커룸으로 들어가려는 한화 안승민(22·사진)을 김성한 수석코치와 이종범 주루코치가 불러 세웠다. 김응룡 감독이 자리를 뜬 뒤 텅 빈 덕아웃에서 취재진과 대화라도 나누라는 의미였다. 안승민이 “아직 잘 못 해서 할 말이 별로 없다”고 손사래를 쳤지만, 김 코치는 “너 아니면 누가 인터뷰를 할 수 있겠느냐”며 적극적으로 제자를 취재진 앞으로 떠밀었다. 이 코치 역시 “얼른 가서 좋은 얘기 많이 하라”고 거들었다.
두 코치가 굳이 안승민을 인터뷰 대상자로 꼽은 이유가 있다. 안승민은 지난달 30일 대전 롯데전에서 약 2년 만에 선발승을 따냈다. 3일 SK와의 경기 전까지 한화의 국내 투수들 가운데 유일하게 선발승을 올린 투수였다. 시즌 초반 마무리를 맡았다가 실패했지만, 선발로 기용되면서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그러나 스스로는 여전히 쑥스러웠던 모양이다. 안승민은 “무슨 말을 해야 하냐”라며 머리를 긁적이더니 멋쩍은 웃음소리와 함께 곧 라커룸으로 사라졌다.
어쨌든 안승민은 자칫 가라앉을 수 있는 한화 덕아웃의 분위기를 살리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성격이 쾌활하고 낙천적이라 선수들과 두루 친하다. 한화 용병 바티스타는 이날 덕아웃에서 안승민을 발견하자 유창한(?) 한국말로 이렇게 외치기도 했다. “안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