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친척 여아를 강간한 아동 성폭행범이 한국으로 도피해 초등학생 등에게 8년 넘게 영어회화를 가르치다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미국 켄터키 주에서 2003년 8월부터 2개월 동안 12세 이하인 친척 여자아이를 4차례 강간하고 한국으로 도망쳐 영어회화 강사를 하던 미국인 A 씨(44)를 체포해 미국 사법당국에 넘겼다고 3일 밝혔다.
A 씨는 범행 뒤 경찰의 추적을 피해 2004년 6월경 태국과 우즈베키스탄을 거쳐 한국에 입국했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그의 도피 사실도 파악하지 못하고 2005년 2월에야 1급 지명수배자 명단에 올리고 추적해왔다. 대학에서 초등교육을 전공한 그는 최대 2년까지 국내에 머물 수 있도록 한 E-2(회화지도) 비자를 발급받아 한국으로 들어왔다. A 씨는 입국 다음 달부터 최근까지 전북지역의 초등학교와 어학원, 대학교 등에서 영어강사로 활동했다. 그는 체류기간이 만료되면 필리핀이나 중국 등지로 출국해 일시 체류했다. 한국 체류 기한 2년을 넘기면 불법체류자로 분류돼 강제 추방당할 수 있기 때문. A 씨는 한국에서 2008년과 2012년 두 차례 결혼했고 검거 당시까지 필리핀계 한국인과 함께 살았다. FBI는 A 씨를 잡기 위해 최초 출국지인 태국에서 수사를 벌였지만 A 씨는 이미 한국에 들어온 상태였다. 국내에서도 2010년 7월부터 외국인 회화지도 강사에 대한 관리 강화로 비자를 신청할 때 범죄경력조회서 제출이 의무화됐다. 하지만 범죄경력조회서로는 유죄판결이 난 사안만 확인할 수 있고 수사 중이거나 수배 중인 사실은 드러나지 않아 A 씨는 문제없이 비자를 재발급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