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Ⅰ셀트리온 미스터리 03] 보유지분 전량 매각 선언 서정진 회장 인터뷰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4월 16일 서울 여의도 63시티 별관에서 보유지분 매각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했다.
다음은 서 회장과의 일문일답.
▼ 회사 지분 매각은 정말 공매도 때문인가.
◇지난 2년 공매도에 엄청난 피해
▼ ‘매각 발언’ 후 많은 의혹이 제기됐다. 주식담보대출과 소액주주로부터 돈을 빌렸다는 문제 제기, 허위 매출과 분식회계 의혹 등 다양하다.
“원 의도나 취지와 달리 왜곡됐다. 왜곡도 좋다. 그러나 진짜 보호해야 할 대상자, 즉 소액주주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 램시마 허가 두 달 전 제 발로 내려오는 경영자를 본 적 있나. 나는 승인받고 공인받고 매각한다고 했다. 문제 있는 회사라면 누가 사겠는가. 조금만 생각해보면 ‘저 친구가 오죽했으면 저렇게 했겠나’하는 생각이 들 거다. 너무 과열되고 있다.”
▼ 예상하지 못했나.
그의 특이한 고발은 일단 당국에 접수됐다. 불자동차도 출동할 태세다.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셀트리온의 공매도 및 악성 루머 유포와 관련한 불공정거래 여부, 매출 부풀리기 등 회계처리를 세심하게 살펴보라”고 지시했다.
▼ 주식담보대출 4100억여 원은 어떻게 봐야 하나.
“2년을 투기세력과 싸웠는데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주식 방어에 투자했다. 6개월은 루머를 해명한다고 보냈고, 6개월은 각종 경영수단을 써가며 해명했다. 자사주 매입과 우리사주, 액면분할 등 갖가지 방법을 다 썼지만 자금 한계에 부닥쳤다. 공격을 안 하는데 방어하는 사람이 있나. 우리 직원들과 주주들이 증인이다. 나도 조사하고 공격한 사람들도 조사해야 한다. 주식 매각 발언은 나를 조사해달라는 표현이었다.”
▼ 그렇다고 해도 주가 방어에 너무 나선 것 아닌가. 경영만 제대로 한다면 공매도 세력이 오히려 손해를 보고 물러날 텐데.
▼ 분식회계와 실적 부풀리기 의혹은 어떤가.
“얼마 전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다 밝혔다. 바이오 산업은 개발하는 데 3년, 임상실험에 3년, 허가받는 데 3년이 걸린다. 한 발짝씩 가는 거다. 그러니 악성 루머가 발 붙일 틈이 많다. 임상은 잘 되느냐, 죽은 사람은 없느냐, 숨기는 거 아니냐 등 루머를 얼마든지 만들어낼 수 있다. 해외 임상이 중단됐다는 루머 역시 작전 아니겠나. 상반기에 EMA 허가가 떨어지면 내 말이 맞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서 회장은 4월 18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이 문제로 주목받는 회사를 회계법인이 눈감아줄 수 있겠느냐”고 의혹을 부인했다. 지난해 매출이 실제 판매가 아니라 관계사인 셀트리온헬스케어에 재고로 쌓인 ‘허수 매출’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업종 특성상 2년치까지 물량을 확보해두는 것이다. 셀트리온헬스케어가 불필요한 지출을 했다면 다른 외국계 투자자들이 가만히 있었겠느냐”고 반박했다. 또 소액주주가 대표로 있는 회사로부터 557억 원을 빌린 것은 “소액주주는 맞지만 10여 년 전부터 거래해온 재무 파트너”라고 해명했다.
4월 16일 기자회견을 시작하기 전 고개 숙여 인사하는 서정진 회장.
“우리사주는 방어수단으로 한 게 아니라 창사 초기부터 직원들에게 해마다 해온 인센티브 제도다. 운영규정도 있다. 직원 복지 차원에서 한 거지…. 지금은 안정을 찾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소액주주들이 피해를 입는다. 해외 투자자들이 우리 회사에 1조 원을 투자했는데, 투자자들은 대부분 컨선팅 회사를 통해 투자한다. 이 사람들이 우리 회사의 펀더멘털을 인정한 거 아닌가. 늦어도 상반기 안에 결과가 나오면 그때 결과를 갖고 말하자. 내가 틀렸다면 책임지겠다. 2년 동안 방어에 매달린 우리의 스토리도 있다.”
◇투기세력 공격에 싸웠을 뿐…
▼ 지분 매각 의사를 번복한다는 기사도 났는데.
“나에겐 번복할 자격과 권리가 없다. 한국의 기업가로서 국민 정서와 국익에 반한다면 그때 가서 판단해볼 일이지 번복한다는 뜻은 아니었다.”
▼ 심정은 어떤가.
“사실, 착잡하다. 하도 힘이 들어 만세를 불렀는데, 만세 부르고 나서가 더 힘들다. 회사에 문제가 있어 만세를 부른 것도 아니다. 투기세력 때문이다. 공격했으니 싸웠고, 나도 팼다면 처벌받겠다. 패는데 가만히 맞고만 있어야 하나. 우리보고 ‘나쁜 놈’이라면 얼마나 억울하겠나. 기사도 안 나왔으면 좋겠다. 고발했으니 진위가 가려지고 난 뒤 이야기하자.”
배수강 기자 b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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