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띄르적 디테일로 페미닌하게… 내츄럴한 탄 컬러로 콤비한…
최근 한 인터넷 사이트에 올라온 백화점 매장의 브랜드 소개 문구. 이 글에 대해 “아무리 읽어봐도 이 브랜드가 여성복인지 남성복인지조차 모르겠다”는 등 수많은 비판 댓글이 달렸다. 사진 출처 인터넷 화면 캡처
최근 한 인터넷 사이트에 백화점의 여성복 브랜드 소개 문구를 찍은 사진이 올라왔다. 영어와 우리말, 프랑스어가 어지럽게 섞여 있는 이 문장은 ‘예술적인 감성을 바탕으로 맞춤복의 세밀함을 더해 여성스러움을 세련되고 예술적인 느낌으로 표현했다’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사진은 ‘한글 파괴의 신(神)’이라는 제목을 달고 포털사이트와 블로그에 퍼져나갔다. “차라리 영어로 써라” “의류 브랜드 소개인지조차 몰랐다” 같은 조롱 섞인 댓글이 줄줄이 달렸다.
고급 패션 브랜드와 커피, 와인, 아웃도어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기업들이 제품을 설명하거나 광고를 할 때 외국어를 과도하게 사용해 소비자의 혼란을 더하고 있다.
와인과 커피의 맛을 표현할 때 쓰이는 ‘보디감’은 ‘음료를 마셨을 때 입 안에서 느껴지는 무게감’을 뜻하는 보디(body)와 한자 ‘감(感)’이 합쳐져 생긴 기형적인 합성어다.
아웃도어 업계에서는 신발의 밑바닥 부분을 이르는 밑창과 안창 대신 ‘아웃솔(outsole)’ ‘인솔(insole)’이란 영어 표현을 쓰는 것이 일반화됐다. ‘통풍이 잘되는 벤틸레이션(ventilation·통풍) 시스템’ 같은 이중 표현도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소비자들이 제품 설명을 보고도 그 내용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달 말 서울의 한 백화점 와인 코너를 찾은 최모 씨(46·여)는 “와인 이름이 어려워 설명을 보고 사려고 했는데 그 내용이 너무 어려웠다”며 “‘크리미한 피니시’나 ‘토스티한 맛’이 뭔지 도대체 알 수 없었다”고 말했다.
전우영 충남대 교수(심리학)는 “광고에서 이해할 수 없는 단어가 나오면 소비자들은 알 수 없는 뭔가가 있다고 판단해 해당 제품에 대해 근거 없는 환상을 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것이 바로 기업들이 노리는 ‘포인트’다. 실제로 기업들은 이해하기 어려운 표현을 고집하는 이유에 대해 ‘고급화 전략의 일환’이라고 설명한다. 한 대형마트 주류 담당 바이어는 “제품을 소개할 때 영어 표현인 ‘라이트 보디(Light body)’ 대신 ‘가볍다’라고 하면 고객들이 ‘싼 티가 난다’며 구매를 꺼리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영어를 쓴다”고 귀띔했다.
권기범 기자 kak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