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텅빈 울산공장 주말 현장
4일 오전 울산 북구의 현대자동차 울산3공장 생산라인이 멈춰 서 있다. 지난달 25일 회사 측과 휴일특근 조건에 합의했던 노조는 내부 갈등으로 이날도 특근을 재개하지 않았다. 현대자동차 제공
현대자동차와 노조는 지난달 25일 휴일특근 근무조건에 대해 합의하고 이날부터 특근을 재개하기로 했다. 그러나 각 공장(사업부) 대표들이 반발하자 노조는 특근 재개를 하루 앞두고 3일 특근 거부를 결정했다. 주간연속 2교대제가 본격 시행된 3월 초부터 9주째 특근이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 국내외서 “물건 달라” 아우성
현대차는 노사 합의가 이뤄졌음에도 휴일특근이 또다시 무산되자 답답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주문받은 물량을 빨리 공급해야 추가 주문이 들어올 텐데, 휴일특근 거부 이후 ‘백 오더 물량’(밀린 주문량)이 점점 쌓이고 있기 때문이다. 노조의 특근 거부로 생산하지 못한 물량은 6만3000대. 3일 기준 현대차 울산 및 아산공장의 백 오더 물량은 모두 36만8000대(수출 31만4000대, 내수 5만4000대)에 이른다.
국내에선 차를 사겠다고 계약한 고객이 출고 지연을 빌미로 계약을 해지하는 비율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수입차들의 공세를 막아내기 위한 전략 차종인 에쿠스는 최근 계약 해지율이 20%에 이른다. 생계형 차량인 포터의 경우도 벌써 석 달 치나 물량이 밀려 있다. 아반떼, 액센트, 산타페 등 인기 차종은 말할 필요도 없다. 하 상무는 “자동차 산업은 ‘오더 투 딜리버리’(주문에서부터 출고까지의 시간)를 누가 더 단축하느냐가 생명”이라며 “충분히 공급 여력을 갖추고도 내부 사정 탓에 출고 기간이 늘어나 답답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해외도 문제가 심각하다. 최근 중동 딜러들이 “물건이 없어 차고가 텅 비었다”고 호소하고 있지만 물량을 제대로 공급하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도요타 등 일본 자동차 회사들이 엔저를 등에 업고 총공세를 펴고 있어 자칫 고객들이 대거 이탈하지 않을까 현대차 측은 노심초사하고 있다.
○ “우리도 빨리 일하고 싶다”
생산직 직원들 중에도 하루빨리 휴일특근 재개가 이뤄지길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현장에서 만난 제2공장의 한 직원은 “생산직들 중에 어떤 사람은 특근을 안 해도 상관없지만, 어떤 직원들은 생계에 바로 타격을 받을 수 있다”며 “노조 대표들이 뭣 때문에 저렇게 싸우는지 모르겠지만 일단 일은 시작했으면 좋겠다”고 안타까워했다. 다른 직원은 “특근을 도대체 언제부터 할 수 있는지만이라도 알았으면 좋겠다”며 “회사에도 불만이 많지만 합의를 하고도 지키지 않는 노조 대표들도 문제”라고 말했다.
사실 노조의 휴일특근 거부는 ‘노노(勞勞) 갈등’ 때문이라는 시각이 많다. 지난달 25일 윤갑한 현대차 사장과 문용문 현대차 노조지부장이 합의서에 서명하기 직전 각 공장 대표는 회의장에서 퇴장했다. 이들은 휴일특근 시 UPH(시간당 생산대수)를 평일 수준으로 올리는 등의 합의사항을 문제 삼으며 ‘현행 집행부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과거에는 주말에 평일 대비 70∼80% 수준의 일감만 처리하면 됐는데 이번에 주말의 근무강도를 평일 수준으로 높인 것에 대해 불만을 표시한 것이다.
노조는 6∼8일 임시 대의원대회를 열어 휴일특근 조건을 임단협 교섭사항에 추가하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휴일특근은 노사합의를 이뤄 놓고도 장기간 재개하지 못할 수도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회사로서는 노조 대표와 이미 합의를 했기 때문에 지켜볼 수밖에 없다”며 “노조가 회사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대승적 결단을 내려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울산=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