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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마켓 뷰]홍콩 부동산, 규제 칼 맞고 거품 꺼지나

입력 | 2013-05-06 03:00:00


홍콩 정부는 지난해 10월에 이어 올해 2월 22일에 새로운 부동산 대책을 기습 발표했다. 부동산 과열 조짐이 일어나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부동산 가격안정은 지난해 7월 취임한 렁춘잉 홍콩 행정장관이 임기 중 가장 중점을 두는 분야다. 그는 올 1월 시정 연설에서도 부동산 가격안정대책 발표에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다.

김종선 KDB대우증권 해외사업본부장

그동안 홍콩 정부는 주택가격 급등을 막기 위해 여러 가지 규제책을 발표했다. 지난해 10월 발표한 부동산 안정화 대책에는 홍콩 내 부동산을 매입하는 외국인에 대한 취득세 부과, 부동산 특별거래세율 인상, 비과세 보유기간 확대 등의 조치가 포함됐다.

그런데도 홍콩의 주택가격 상승세는 거침이 없었다. 최저 수준인 모기지 금리, 자금사정이 넉넉한 중국 본토인들의 매수세 등으로 홍콩 집값은 2009년 이후 3년 동안 무려 110%나 급등했다. 여기다 세계 각국의 양적완화 정책으로 풀린 글로벌 핫머니들까지 몰려들면서 홍콩 부동산은 주택, 비주택을 옮겨가며 올 초까지 상승세가 계속돼 왔다.

홍콩 정부는 2월 말 내놓은 부동산 대책에서 200만 홍콩달러(약 3억 원) 이상 주택 및 비(非)주택 매매 인지세를 기존 1.5∼4.25%에서 3.0∼8.5%로 2배로 인상했다. 상업용 건물, 주차장 등 비주거용 부동산도 포함시켜 부동산 가격을 잡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였다. 여기에 HSBC, 스탠다드차타드 등 주요 은행도 모기지 금리를 0.25%포인트씩 인상하며 정부 정책에 장단을 맞추고 있다.

홍콩 정부가 부동산 가격상승에 부담을 갖는 이유는 올해 미국의 금리인상 시점이 당초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홍콩의 금리도 올라 모기지 상환이 불가능한 가구가 늘어날 수 있다. 이런 경우 시장에 미치는 여파가 클 수 있어 다각적으로 부동산 시장 관리를 강화해 나가려는 것.

일부 부동산 전문가는 금리인상과 대규모 주택공급이 시기적으로 겹치면 1997년에 그랬던 것처럼 홍콩 부동산 시장에 급격한 침체가 올 수 있다고 우려한다. 또 홍콩 부동산시장의 문제는 공급 부족이 아니라 주택 소유를 ‘투자 수단’으로 보는 투기세력에서 비롯되기 때문에 투기세력에 대한 ‘징벌적 과세’가 인지세 상향보다 더 효과적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들어 부동산가격을 잡으려는 홍콩 정부의 노력이 성과를 내고 있다. 홍콩 부동산 중개업체에 따르면 정부의 부동산 규제 발표 이후 중고주택 거래가 눈에 띄게 한산해졌다. 일부 주택은 가격을 낮추는 모습도 보인다. 매년 부활절 연휴기간에는 부동산 거래가 활발했지만 올해는 5년 만에 최저 수준을 보였다. 10개 대형 아파트 단지의 거래건수도 작년의 3분의 1로 급감했다.

그 여파로 올 2월 홍콩 정부가 시세보다 싸게 분양한 칭이 지역 서민아파트 분양 당첨자의 40%가량이 구매를 망설이고 있다. 한 홍콩정부 소식통은 “과거 수년간 정부가 내놓은 여러 대책이 누적돼 효과를 내고 있는 데다 올해와 내년 신규주택 공급이 크게 늘어나는 만큼 조정국면이 장기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제 첫발을 내디딘 홍콩 정부의 부동산 가격안정정책이 결실을 거둘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때다.

김종선 KDB대우증권 해외사업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