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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비에서]작가 박범신이 이코노미석만 타는 이유

입력 | 2013-05-06 03:00:00


8일 어버이날이 다가오니 소설가 박범신(67·사진)이 생각났다. 올해 초 그의 논산 집에서 인터뷰를 마치고, 인근 소줏집에서 그가 불콰한 얼굴로 했던 얘기가 새삼 떠오른 것이다.

박범신은 몇 해 전부터 부인과 함께 여행을 다닌다고 했다. 작가인 본인은 오래전부터 세계 곳곳을 둘러볼 기회가 있었지만 그때 집을 지킨 아내는 그러지 못했다. 그렇기에 최근 부부의 행선지는 아내가 정한다고 했다. 중국 만리장성부터 미국 그랜드캐니언, 히말라야를 둘러봤고, 올 초에는 인도 타지마할을 다녀왔다고 했다.

그러다 박범신은 문득 항공권 얘기를 꺼냈다. “나이 들고 이코노미(석)를 타고 다니려니 다리가 저리고 불편하다”는 얘기였다. 지금도 신간을 펴내면 수만 권은 너끈히 나가는 베스트셀러 작가가 ‘이코노미’를 고집한다니. ‘여유도 있는 분이 왜 이코노미를 타느냐’고 물었더니 그 답변이 의외였다.

“자식이 갑자기 아파서 수술비가 몇 억이라도 나오면 내가 내줘야 하지 않겠어. 그런 일이 생겼는데 부모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으면 그 심정이 어떻겠어.”

그에게는 2남 1녀의 자녀가 있다. 모두 부모로부터 독립했고, 결혼해 가정도 꾸렸다. 일흔이 다 돼 가는 소설가 눈에는 여전히 그 장성한 자식들이 자신이 보호해줘야 하는 아이로 보이는 것이다.

그는 3월 장편소설 ‘소금’을 펴냈다. 여기엔 가족에게 자신의 것을 다 내어주는 아버지가 나온다. 박범신 자신의 모습 같다. 다만 소설 속 아버지는 가출했지만 박범신을 비롯한 수많은 아버지들은 가정을 지켰다. 가족에 대한 얘기가 나오자 그는 이런 말을 덧붙였다.

“인생이라고 하는 것은 부모 자식 간에 언젠간 비교적 공평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게 기본적인 윤리이지 싶어요. 부모가 자식을 낳아 키웠으니, 부모가 늙어서 움직이기 힘들면 자녀가 돌보는 게 윤리죠. 또 제가 젊었을 적에 작가랍시고 돌아다녔으니까, 이젠 아내가 가고 싶은 곳을 가는 거죠. 그런 게 공평한 것 같아요.”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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