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명이 괴물인 LA 다저스 투수 류현진이 3일 트위터에 동료와 회식하는 사진을 올렸다. 갈비와 푸짐한 반찬 사이로 소주와 맥주가 놓여 있어 몇몇 언론은 “류현진이 팀 동료들에게 폭탄주를 가르쳤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사진 속에는 맥주잔만 보일 뿐 소주잔은 없고 병 속의 소주는 3분의 1 정도만 남아 있다. 맥주잔에 맥주와 소주를 섞어 마셨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소주와 맥주를 섞은 폭탄주가 인기를 끄는 데는 나름 이유가 있다. 한국음주문화연구소에 따르면 인체에 빠르게 흡수되는 알코올 도수는 정해져 있다. 체구나 체질, 섞는 비율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알코올도수가 14∼17%일 때 인체의 흡수 속도가 독주나 저알코올 주류보다 훨씬 빠르다고 한다. 요 정도가 폭탄주다. 이러다 보니 폭탄주를 마신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몸이 자동반사적으로 다시 폭탄주를 찾게 된다는 분석이다.
▷한국의 음주문화는 원치 않는 사람도 똑같이 마시는 게 일반적. 한 사람이 ‘제조’해서 참석자 모두가 마셔대는 폭탄주가 꾸준히 인기를 끄는 데는 그런 분위기도 한몫한다. 물론 폭탄주가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스피드와 강제성 때문에 부담을 느끼는 사람도 적지 않다. 어떤 때는 추문이나 범죄로 이어지기도 한다. 얼마 전 고교생들이 여중생을 성폭행한 사건에서도 폭탄주를 먹여 취하게 만들었다. 정치인의 온갖 실언과 성추문에도 심심찮게 폭탄주가 등장한다.
▷이런 폭탄주를 괴물이 소개했다. 국내 프로야구 데뷔 첫해 다승 탈삼진 방어율 등 3관왕, 신인왕과 최우수선수상 동시 수상. 류현진은 그래서 괴물이란 별명을 얻었다. 미국에서도 통하고 있는 ‘토종 괴물’이니 많은 국민이 그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개인적인 저녁 밥상 사진을 공개해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준 것은 반갑다. 하지만 청소년이나 상당수 애주가가 괴물도 사랑한 폭탄주 문화를 보며 (그만둘 생각 대신) 스스로에게 ‘폭탄주 면죄부’를 주지 않을지 걱정이다. 투구 훈련에 타격 연습까지 하느라 바쁘겠지만 트위터 사진도 가려 올렸으면 싶다. 이젠 ‘국제 괴물’이니 말이다.
이동영 사회부 차장 arg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