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신장은 사랑, 나눔, 희망”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제공
그의 몸에는 신장 하나가 없다. 2007년 6월 생면부지의 만성신부전 환자에게 자신의 신장을 떼어줬다. 초등학교 시절 소아마비를 앓던 동네 친구가 어려움을 겪는 걸 보면서 ‘기회가 되면 꼭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일을 하겠다’는 생각을 하며 자랐다.
염 씨는 1996년 보증을 잘못 서는 바람에 전 재산을 날렸다. 건설 현장에서 막노동을 하며 겨우 생계를 꾸려 나갔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TV에서 장기 기증자들이 봉사활동을 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때 장기 기증이라는 것을 처음 알게 됐어요. 가진 것 없는 저도 나눌 게 있더라고요. 건강만큼은 남들에게 뒤지지 않을 정도로 자신 있었죠.”
신장 기증 후 “괜찮으냐”고 물어오던 주변 사람들이 “미쳤다”고 했다. 염 씨의 신장을 받은 환자가 건강을 되찾은 모습을 보고 “자랑스럽다”고 말하던 아내도 “그러다 정말 큰일난다”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사랑의 장기 기증 운동본부 관계자도 “무리하면 안 된다”고 말렸다. 주변 사람들에게 딱 한 번만 시험 삼아 뛰어 보고 이상이 있으면 바로 그만두겠다고 약속했다. 그러고 결국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했다.
염 씨는 신장을 기증하기 전에는 마라톤 풀코스를 1년에 평균 6번을 뛰었지만 그 후에는 1년에 10번 정도 마라톤 풀코스를 달렸다. 염 씨는 “장기를 기증한 사람도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힘든 운동을 할 수 있고 신장 기증 후에도 건강에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것을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한덕종 서울아산병원 일반외과 교수는 5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본인의 체력만 뒷받침된다면 신장을 기증했다고 해도 마라톤 등을 하는 데 전혀 문제 될 것이 없다”고 설명했다.
마라톤 풀코스를 100번째 완주한 그의 다음 목표는 앞으로 7년 안에 마라톤 풀코스 완주 200회를 달성하는 것. 비록 지금도 시급으로 최저임금 4860원을 받으며 자동차 부품 공장에서 일하고 있지만 그는 더 많이 달리길 원한다. “달리는 나를 보면서 다른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장기 기증에 대한 거부감이 조금만 줄었으면 하는 작은 바람입니다.”
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