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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행 당하는데… 경찰, 1시간 지켜본 뒤 체포 논란

입력 | 2013-05-06 03:00:00

오원춘 동네서 전자발찌 찬 20대 남성… 출장마사지사 흉기 위협하며 범행
112신고 받고 출동한 경찰 9명 “위급 상황 아니다” 끝날때 기다려
경찰측 “인질사태 등 안전 고려한 것”




전자발찌를 부착한 20대 남성이 출장 마사지 여성을 집으로 불러 성폭행하는 사이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1시간이나 집 앞에서 범행이 끝나기를 기다렸다가 범인을 체포해 논란이 일고 있다.

경기 수원중부경찰서는 성폭행 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특수 강도강간 등) 혐의로 임모 씨(26·주차 관리원)를 4일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임 씨는 3일 오전 3시 20분경 수원시 팔달구 지동 자신의 다세대주택 반지하방에서 출장 마사지를 온 여성 A 씨(36)를 흉기로 위협해 2만9000원을 빼앗고 성폭행한 혐의다. A 씨를 임 씨 집까지 승용차로 태워다 준 출장마사지 업소 남자종업원 문모 씨(22)는 A 씨로부터 ‘별일 없이 일하고 있다’는 내용의 예정된 전화가 10분이 지나도 걸려오지 않자 A 씨에게 전화를 했다. A 씨의 전화 전원이 꺼져 있자 오전 3시 33분 “출장 마사지 아가씨가 손님 집에 들어갔다. 전화기가 꺼져 있는데 이상하다”며 112에 신고했다.

경기지방경찰청 112종합상황실은 위급한 상황일 수 있다고 판단해 비상출동 지령인 코드1을 발령했고, 수원 동부파출소 경찰 2명이 2분 만인 3시 35분에 도착했다. 5분 뒤에는 추가로 3명이 더 현장으로 왔다. 경찰 5명은 범인의 집 문이 잠겨있자 집 뒤 창문을 통해 집안을 살폈다. 집안에서는 임 씨가 A 씨를 성폭행 중이었다. 창문은 방범창인 데다 잠겨있는 상태였다. 경찰들은 문을 따고 들어갈 수 있는 노루발못뽑이(속칭 빠루)도 휴대하고 있었다. 경찰들은 수원중부서 상황실과 연락해 강제진압 등 대처방안을 논의했지만 ‘상황이 위급하지 않으니 예의주시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그러고는 성관계 장면을 그대로 지켜보고 있었다. 이어 두 차례 더 상황실과 현장 간에 연락이 오갔고, 오전 4시 18분에 수원중부서 형사기동대원 4명이 추가로 현장에 출동했다.

이후 A 씨가 집 문을 나서며 “성폭행당했다”고 하자 오전 4시 25분 집 안에서 임 씨를 검거했다. 임 씨는 전자발찌를 차고 있었으며, 침대 밑에는 범행에 이용된 흉기가 놓여있었다. 경찰 9명이 출동하고도 성폭행을 그대로 방치한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 여성이 생명의 위협을 느껴 범인의 요구에 응해줬기 때문에 경찰이 도착해 창으로 봤을 때는 여성을 흉기로 위협하는 등 강제로 성폭행을 하고 있다고 단정할 상황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임 씨는 2007년 강간죄로 징역 2년 6개월을 복역했으며, 2010년에도 강간미수죄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고 수감된 뒤 올 2월 출소했다. 성폭행 중점관리 대상자로 전자발찌 부착 5년 명령도 받은 상태였다. 경찰은 임 씨가 전자발찌를 착용했는지도 모르고 있었다. 임 씨의 집은 동부파출소에서 400m, 지난해 4월 발생한 ‘오원춘 사건’ 현장에서 450m가량 떨어져 있다.

경찰은 “잠긴 문을 강제로 열고 들어갈 경우 범인이 인질사태를 벌일 수도 있고, 피해자에게 위해를 가할 수도 있어 A 씨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대응했다”고 해명했다. 또 “전자발찌 관련 정보는 전 직원이 공유하지 않고 담당 형사와 파출소 직원 등 2명이 관리해 임 씨가 전자발찌를 차고 있었는지 알지 못했다”고 밝혔다.

수원=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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