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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피플]국제학술지에 임상결과 발표… 자생한방병원 신준식 이사장

입력 | 2013-05-06 03:00:00

“동작침법 국제적 인정… 선친의 恨 풀었죠”




신준식 자생한방병원 이사장은 ‘동작침법’의 뛰어난 효과가 세계 최고의 통증 관련 저널인 페인에 게재돼 부친의 한을 풀었다고 기뻐한다. 신 이사장이 척추 환자의 자기공명영상(MRI) 사진을 보며 치료 경과를 설명하고 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아버지는 외과 의사이자 한의사였다. 1950년대 당시로는 드물게 양·한방 협진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6·25전쟁 휴전 뒤에는 왕진을 다니며 가난한 병자들을 고쳤다. 아버지가 왕진 길에 타던 자전거의 뒷좌석은 언제나 소년의 차지였다. 1970년대 후반 아버지는 빙판길에 미끄러져 척추를 다친 뒤 6년여의 투병 생활 끝에 세상을 떠났다. 아버지는 돌아가실 때까지 누워서도 환자를 보고 침을 놨다. 아버지를 바라보며 척추 전문 한의학의 꿈을 불태웠던 소년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한의사가 됐다. 그는 국내외 30개 지점을 거느린 대표 척추전문 한방병원을 이끌고 있는 신준식 자생한방병원 이사장(61)이다.

○ 年 10억 이상 투입 연구소 세워

20대 후반의 비교적 늦은 나이에 경희대 한의대에 입학한 신 씨에게는 울분 하나가 있었다. 바로 ‘한의학은 비과학적이다’라는 편견이 그랬다. 그는 아버지에게서 전수받은 허리 통증 완화 치료법 ‘청파전’이 양방보다 효과적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하지만 청파전을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은 이를 믿으려 하지 않았다.

신 이사장은 “치료받은 사람은 믿는다. 하지만 경험하지 못한 사람은 믿으려는 사람이 없다. 과학적으로 이를 증명한 임상 연구 논문이 없기 때문이다. 한의학이 세계로 나아가려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논문을 써야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1980년 처음 개인병원을 연 신 이사장은 한의학 세계화를 위한 연구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하지만 국제규격에 맞춘 임상연구를 진행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한의사들은 임상시험윤리규정(IRV)에 따른 연구 경험이 적다. 임상 연구의 대상이 될 환자를 섭외하는 것도 어려웠다. 신 이사장은 “병원 규모를 키워야겠다고 생각했다. 더 많은 임상 환자를 봐야 연구 성과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신 이사장은 2000년 자생한방병원을 보건복지부 공인 척추 전문 병원으로 성장시켰다. 1년에 약 10억 원 이상을 투입하는 자생생명과학연구소도 세웠다. 그는 “자생생명과학연구소에는 5년차 이상 한의사 10명이 연구에 전념하고 있다. 대학병원에서나 가능한 규모의 연구소”라며 “한의학 과학화와 세계화를 위해 이 정도의 투자는 필수”라고 자부했다.

○ “침술이 주사제보다 효과적” 인정받아

오랜 투자 끝에 신 이사장은 한을 풀었다. 한방 침법이 양방의 진통제보다 급성 요통을 줄이는 효과가 크다는 임상 연구 결과를 세계 최초로 국제 저널에 게재했다. 자생한방병원은 한국한의학연구원, 부산대 한의학전문대학원과 공동연구를 진행해 지난달 29일 ‘급성요통환자에 대한 동작침법의 효능’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동작침법은 기존의 정적인 자세에서 이뤄진 침술과 다르다. 환자에게 침을 꽂은 채 걷기 등의 동작을 취하게 해 효과를 극대화하는 신 이사장의 독특한 침법이다. 동작침법은 진통 주사제에 비해 5배 이상 통증 경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입증됐다. 이러한 내용은 세계적인 통증 관련 저널인 ‘페인(PAIN)’ 인터넷판에 게재됐다. 7월에는 페인의 표지를 장식할 예정이다.

신 이사장은 “침술이 만성적인 요통 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정도의 논문은 있었다. 하지만 걷기조차 힘든 급성 요통 환자에게 동작침법이 주사제보다 효과적이라는 사실이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며 “선친의 한을 이제야 풀었다”고 기뻐했다.

국내뿐 아니라 미국 로스앤젤레스, 시카고 등에 30개 지점이 있는 자생한방병원을 이끄는 그는 아직 목이 마르다고 했다. 그는 여생 동안 꼭 하고 싶은 소원 하나를 이렇게 소개했다.

“현재 양방과 한방이 서로 반목하고 있는 것은 서로의 장단점을 몰라서 그런 것이라고 생각한다. 양·한방 통합전문대학원을 세워 그 간격을 조금이라도 줄이는 데 기여하고 싶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