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오 경북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진찰해 보니 황달과 심한 부종까지 관찰됐다. 즉시 입원 치료를 시작했다. 환자는 약 복용을 중단한 뒤 바이러스가 다시 활성화되면서 만성간염이 갑자기 악화된 상태였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경제적으로 막중한 책임을 진 40, 50대 남성의 사망 원인 2, 3위가 간질환이라고 한다. 간질환 원인은 B형간염이 60∼70%를 차지하며 그 외에 C형간염, 알코올성 등이 있다.
B형간염 바이러스 보유자라고 모두 치료 대상은 아니다. 단순 바이러스 보유자는 6개월 간격으로 정기검진만 해도 관리가 가능하다. 그러나 만성 B형간염 환자는 반드시 전문의와 상의해 적절한 약제로 치료해야 한다.
위 환자처럼 만성 B형간염을 앓고 있지만 임의로 치료를 중단해 상태가 악화되는 예도 상당수에 이른다. 간혹 언제 약 복용을 중단할 수 있는지에 집착하는 환자들도 있어 이들이 오랫동안 약을 복용하는 걸 힘겨워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경구용 항바이러스제를 꾸준히 복용하면 혈액 내 바이러스 수치와 간 효소 수치가 감소하게 된다. 이 같은 반응이 오래 유지되고 특별한 증상이 없으면 환자들은 완치된 것으로 오해하기도 한다.
한 조사에 따르면 만성 B형간염 환자 중 약 35%가 임의로 약물치료를 중단한 경험이 있으며 71%가 복약 중단의 원인으로 증상이 사라졌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간은 ‘침묵의 장기’라는 별명처럼 기능의 상당 부분을 상실할 때까지 특별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관리에 소홀해질 수 있다. 전문의와 상의 없이 자신의 판단으로 약 복용을 중단하면 심각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는, 즉 잠깐의 방심으로 ‘되로 주고 말로 받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권영오 경북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