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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동맹 60주년 朴대통령 방미]“朴대통령, 한반도 게임체인지 기회 만들길”

입력 | 2013-05-06 03:00:00

■ 국내외 전문가, 양국 정상회담에 거는 기대와 전망




“박근혜 대통령이 첫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5월 한반도 ‘게임 체인지’의 기회를 만들 것으로 기대합니다. 한국이 주도하는 북한과의 대화 국면으로 유도해 나가야 할 시기입니다.”

고려대 김성한 교수는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이뤄지는 7일 한미 정상회담이 현재의 한반도 위기를 풀어낼 결정적 계기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중요한 시점에 ‘잔인함’만 가지고 새로운 한반도를 설계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도 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최근 T S 엘리엇의 시를 인용해 “(북한과 일본 때문에) 4월은 잔인한 달”이라고 한 발언을 염두에 둔 것이다.

김 교수를 비롯한 국내외 전문가들은 처음으로 백악관에서 마주앉게 될 박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간의 정상회담에 높은 기대감을 표시했다. 남북 간 마지막 통로였던 개성공단까지 폐쇄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외교적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깔린 바람이다. 이들은 “첫 정상회담인 만큼 과욕을 부리지 말고 두 정상 간의 친밀감과 신뢰부터 쌓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 “유연함 섞어 한반도 정세 전환의 기회로”

김 교수는 국내의 대표적인 외교안보 전문가이면서 최근까지 외교부 제2차관으로서 외교의 실무현장도 경험했다. 박근혜정부의 조각이 늦어지면서 새 정부 출범 이후인 3월 중순까지 캠퍼스에 돌아가지 못한 채 외교 현안을 챙겼다.

5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김 교수는 “미국이 북한의 끝없는 도발과 배신에 대한 피로감을 갖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그 피로감 때문에 한국이 취하는 조치에 대한 수용성도 상당히 높아져 있다”며 “4월이 ‘강(强) 대 강(强)’의 대치 국면이었다면 이제는 대화의 유연함을 섞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미국이 한국에 제공하는 ‘확장억제(extended deterrence)’의 신뢰도를 높이고 이를 이번 정상회담에서 재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김 교수는 덧붙였다.

박 대통령이 워싱턴에서 ‘서울프로세스’로 불리는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을 밝히겠다고 한 데 대해선 “그런 구상을 미국이 아닌 중국이나 일본에서 설명한다면 어떻게 되겠느냐”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은 한국이 북한 문제 등을 한미동맹만으로 해결하지 않고 주변국들과의 다자안보 협력을 통해 진행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박 대통령이 동맹국에 가서 이를 발표하는 것은 미국은 물론이고 주변국의 오해를 사지 않으면서 정책의 신뢰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평가했다. 정부가 의욕을 보이고 있는 한미중 삼각 협력 구상에 대해서는 “반관반민 형식을 넘어 3국이 정부 차원에서 북핵 같은 핵심 이슈를 건드리는 제 모습을 갖추는 데 그리 많은 시간이 안 걸릴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오바마 대통령과의 친밀감을 바탕으로 다져놓은 한미 정상 간 신뢰를 박 대통령이 이어갈 수 있을까. 이에 대해 김 교수는 “박 대통령은 ‘살인적인 미소’에다 직설적이라고 할 정도의 솔직함을 갖고 있고 국정 현안의 디테일에도 강하다”며 “여기에다 동북아의 첫 여성 대통령으로서 가지는 매력도 있으니 (인간적 매력의) 폭발적인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60주년을 맞는 한미동맹과 관련해서는 “사람 나이 60이면 이순(耳順), 그러니까 귀가 순해져 남의 말을 듣고 순리대로 이해할 수 있게 되는 단계”라며 “한미 양국이 첨예한 이슈에 대해 자기주장만 관철하려 하지 않고 상대방의 입장을 파악하고 이해할 수 있는 관계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한국의 구상에 미국은 힘 실어줄 것”

다른 미국 전문가들의 조언도 김 교수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국립외교원 최강 교수는 5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박 대통령이 오바마 대통령과의 친밀감을 키우고 북핵 문제를 오바마 대통령이 관심을 기울이는 개인 어젠다로 만들어 놓는 것만으로도 이번 정상회담은 성과를 얻는 셈”이라고 말했다. 북핵 문제의 해결이나 돌파구 마련보다는 한반도 상황 관리에 초점이 맞춰진 워싱턴의 분위기를 바꾸려면 오바마 대통령부터 설득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최 교수는 “한국이 중국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명확히 설명할 필요도 있다”며 “동북아 외교의 큰 전략적 그림을 미국과 함께 그려 나가려면 이전 정부처럼 중국 관련 논의를 꺼리지 말고 이를 같이 전개해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연세대 김기정 교수는 “한반도 위기 상황의 직접 이해당사자인 우리나라와 태평양 건너 미국이 느끼는 위기의 강도가 다를 수 있다”며 “우리가 제안하는 한반도 평화 관련 구상을 미국이 충분히 이해하지 못할 경우 외교적 불협화음이 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박 대통령은 한반도 문제를 남 얘기하듯 하는 ‘유체이탈식 화법’이 아니라 한국의 절실한 입장에서 바라볼 수 있도록 미국의 대북 강경파들을 설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미국 내 한반도 전문가들은 “박 대통령의 대북 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든 오바마 대통령은 박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주고 북한에 한미 갈등의 메시지를 주지 않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관측하고 있다.

AFP통신은 4일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의 최대 의제인 북한 문제에서 박 대통령의 대북정책 리더십에 전적으로 신뢰를 보낼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통신은 “한국인은 박 대통령이 올 2월 미국을 방문해 환대를 받았던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같은 예우와 대접을 받는지 지켜볼 것이며 미국도 이를 잘 알고 있다”면서 “박 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 간에 형성됐던 친밀한 관계를 다시 구축하기 위해 힘을 쏟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스콧 해럴드 랜드연구소 연구원은 “박 대통령의 이번 방문은 실무방문이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국빈방문급 대접을 해서 최대의 예우를 갖추고 언론의 관심을 받을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정은 기자·워싱턴=정미경 특파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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