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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김한길 체제 출범]민주당 세력교체 친노-주류의 몰락

입력 | 2013-05-06 03:00:00

새 대표 김한길 “모든것 버려야 산다”




민주당 5·4 전당대회에서 비주류 좌장 격인 김한길 후보(60·서울 광진갑·4선·사진)가 친노(친노무현)·주류 측 이용섭 후보(61·광주 광산을·재선)를 누르고 임기 2년의 대표로 선출됐다.

4일 오후 1시부터 경기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전당대회 당 대표 선거에서 김 대표는 61.7%의 득표율로 압승했다. 이 후보는 38.3%에 그쳤다. 최고위원 선거에서도 친노로 분류하기 어려운 신경민 조경태 양승조 우원식(득표순) 후보가 당선됐다. 지난해 4·11 총선과 18대 대선 때 당의 주류를 형성했던 친노계 인사가 지도부에 단 한 명도 진출하지 못한 것이다. 또 호남에 지역구를 둔 후보들이 모두 탈락하면서 민주당이 근본적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당심(黨心)이 드러났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도부에 호남 인사가 빠진 것은 민주당 역사상 처음이다.

김 신임 대표는 수락연설에서 “민주당의 영혼만 빼고 모든 것을 버려야 우리가 살 수 있다”며 “원칙 없는 포퓰리즘, 과거의 낡은 사고에 갇힌 교조주의와 과감한 결별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김 대표는 안보와 민생 현안 등을 논의하기 위해 대통령과 야당 대표가 참여하는 정기 회의체인 ‘여야 국정협의체’ 구성을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에 제안했다.

민주당은 전대에서 2011년 12월부터 써 온 민주통합당이란 당명을 다시 민주당으로 바꿨다. 또 민주당이 중도주의 노선을 강화한 새로운 정강·정책을 채택함에 따라 김 대표가 ‘달라진 민주당’을 견인하기 위한 추진 과제들을 어떻게 실천해 나갈지도 주목된다.
친노 물리친 김한길 “안철수는 경쟁하는 동지적 관계”

○ 친노의 몰락, 전면적 세력 교체


이번 전대 결과는 ‘친노 심판’으로 압축된다. 대표 경선은 범주류와 비주류의 맞대결로 압축되면서 범주류 측 세(勢) 결집, 범주류의 당권 재장악 여부가 관전 포인트였다. 그러나 결과는 거꾸로 ‘친노 책임론’이 응집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비경선을 통과한 최고위원 후보 7명 가운데 유일한 친노 인사였던 윤호중 의원은 최하위를 기록했다. 대선후보였던 문재인 의원을 비롯해 친노를 대표하는 이해찬 한명숙 전 대표는 전대에 불참하기도 했다.

김한길 대표는 수락연설에서 “친노-비노, 주류-비주류라고 쓰인 명찰들 다 떼어서 쓰레기통에 던져 버리고, 오직 민주당이라고 쓰인 명찰을 다 같이 달고, 하나로 힘 모아 혁신에 매진하겠다”며 대탕평 인사를 약속했다. 김 대표는 대표로서의 첫날인 5일 서울 서초구 내곡동에 있는 서울어린이병원을 방문해 어린이 환자들을 격려한 뒤 당직 인선 구상을 가다듬었다. 당내에서는 지명직 최고위원 3명의 경우 지도부 구성에서 소외된 호남, 여성을 배려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대탕평 차원에서 친노 인사를 중용할지도 관심을 끈다.

○ 안철수와의 관계 설정은

부인과 함께 어린이병원 방문 민주당 김한길 신임 대표(가운데)가 부인 최명길 씨와 함께 어린이날인 5일 서울 서초구 서울시어린이병원을 찾아 환자들이 식사하는 것을 도와주고 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김 대표는 단일성 집단지도체제의 대표로서 당직 인사와 예산에 대한 전권을 행사하며 강력한 쇄신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예상된다. 첫 당면 과제는 지난해 총선과 대선, 올해 4·24 재·보궐선거에서 연패해 무기력증에 빠진 민주당을 구해 내는 것이다.

그러나 김 대표가 맞닥뜨린 현실은 녹록지 않다. 우선 계파 갈등이 불거져 나올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 범주류 측 관계자는 “그간엔 늘 반대만 하던 비주류 측에 당권을 맡겨 본 뒤 성과를 놓고 평가한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말해 범주류 측이 본격적인 활동 재개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했다.

여의도에 입성한 무소속 안철수 의원과의 관계 설정도 쉽지 않은 문제다.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안철수 신당’이 가시화될 경우 민주당보다 신당을 지지하겠다는 의견이 높게 나오고 있다. 안 의원은 트위터에서 “민생 문제 해결과 정치 혁신에 대한 국민의 열망 잊지 말아 달라. 정치가 바뀌어야 민생이 바뀐다”고 당부했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10월 재·보선이 김 대표 체제의 시험대가 될 것이란 분석이 적지 않다. 김 대표는 4일 당선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안 의원은 경쟁하는 동지적 관계”라며 “대표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선거에서 이기는 것이다. 10월 재·보선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그러면 내년 지방선거부터 우리가 이기는 선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여야 관계 훈풍 불까

김 대표가 선출됨에 따라 여야 관계는 민생정책 경쟁으로 나아갈 가능성이 커 보인다는 것이 당 안팎의 중론이다. 새로운 민주당 강령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검토’ 문구를 삭제하고 ‘북한 인권’을 새로 넣는 등 중도 성향이 완연해졌다.

김 대표가 제안한 여야 국정협의체는 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만큼 박 대통령이 미국 순방을 마치고 돌아오면 이를 설명하는 형식 등 어떤 형태로든 김 대표와 만남의 기회를 갖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박 대통령은 5일 출국 전 김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대표 당선을 축하한다”고 했고, 김 대표는 “미국 방문이 성과가 있길 기대한다. 민생과 안보, 국익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적극 협조하겠다”고 화답했다.

민주당 지도부 교체를 시작으로 이달 중순까지 여야 지도부가 순차적으로 교체될 것으로 전망된다. 새누리당은 당초 예정보다 1주일가량 빨라진 10일경에, 민주당은 15일에 새 원내대표를 선출할 계획이다.

민동용 기자·고양=김기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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