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입학사정관제, 바로 알자!]“학생회장 직책보단 ‘소통’의 경험 강조했어요”
박 씨는 성실한 학교생활을 인정받아 합격한 사례. 특별한 활동이나 튀는 자질보다 학교 생활복 도입, 학교 인근 버스노선 신설 등을 실천하며 보여준 리더십과 도전정신을 어필해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그는 어떤 방법으로 자신의 리더십과 열정을 드러냈기에 합격할 수 있었을까.
‘겸손하게 위대하게’ 소통의 리더십 강조
박 씨가 자기소개서에 ‘학교와 거주민 분들의 지속적인 노력에 학생회가 아주 작은 힘을 보탠 결과 버스노선이 신설됐다’라고 사실 그대로의 이야기를 겸손하게 서술한 것이 그 사례. 박 씨가 다니던 고등학교는 높은 언덕 위에 있고 버스도 한 개 노선밖에 운행하지 않아 평소 학생들의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고. 그래서 박 씨는 고2 때 학생회에서 활동하면서 학생들의 불편함을 개선하기 위해 ‘버스 노선 신설 프로젝트’를 제안했다. 당시 버스 운행 상황, 버스노선 신설의 필요성 등에 대한 학생과 인근 주민들의 의견을 정리하고 주변 사진도 찍어 A4 용지 8장 분량의 보고서를 작성해 이를 성남시청에 제출했다.
“얼마 후 정말로 버스가 신설됐어요. 하지만 저희 학생회 학생들만 노력한 일이 아니라 거주민들도 많은 도움을 주셔서 이뤄낸 결실이었기에 ‘힘을 보탰다’라는 정도로만 기술했어요. 그 대신 이를 통해 ‘구성원과 함께 고민하고 그들의 고통을 앞장서서 해결하는 것이 리더의 역할임을 배웠다’라는 점을 더욱 강조했지요.”(박 씨)
‘무관심에 맞선 도전정신’으로 시선 끌어
입학사정관은 지원자의 ‘도전정신’을 어떻게 평가할까? 도전정신은 반드시 ‘성공’을 한 사례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결과는 실패로 끝났더라도 ‘도전의 과정’ 그 자체만으로도 입학사정관의 시선을 끌 수 있다.
박 씨는 고3 때 주변 고등학교 학생회장들과 경기 성남시 ‘청소년 문화혁신위원회’에서 활동하면서 학교 주변에 즐비한 숙박업소들을 이전시키기 위한 운동을 펼쳤다. 피켓운동을 벌이고 1492명의 지지를 받은 서명운동도 진행했다.
직책 ‘빼기’가 전략
박 씨는 고교시절 학생회장으로 활동했다. 그는 자기소개서에도 동아리 활동, 수상 실적 등 다른 활동을 기입하는 대신 오직 학생회 활동 에피소드만을 다뤘다.
하지만 박 씨의 자기소개서에는 ‘학생회장’이라는 단어는 찾아볼 수 없다. 단지 “학생회 활동을 통해” 성장한 점을 강조했을 뿐이었다. 자신의 리더십을 드러내기 위해 ‘직책 자랑’을 벌이는 몇몇 학생과는 다른 모습.
“전국 고교의 학생회장이 모두 모인 행사에 참여한 적이 있어요. 그때 수많은 학생회장을 보면서 이 직책은 별다른 ‘스펙’이 될 수 없겠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학생회장’이라는 똑같은 직책을 가진 학생만 수천 명이잖아요. 오히려 학생회에서 했던 활동을 구체적으로 작성하고 그로 인해 내가 성장한 모습을 강조하면 리더십을 더욱 어필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했어요.”(박 씨)
▼ 김경화 국민대 입학사정관 “실패해도 도전의 과정이 중요해요” ▼
지난해 이 전형으로 경영학부에 합격한 박준영 씨는 어떻게 합격할 수 있었을까. 김경화 국민대 입학사정관이 밝히는 이유를 들어보자.
소통하는 리더십 역량에 주목
리더십 역량을 드러내기 위해서는 반장 부반장 등의 리더 경험이 반드시 있어야 할까. 김 입학사정관은 “‘학생회장’ ‘반장’ 같은 직책만으로 리더십을 평가하지 않는다. 직책이 없더라도 특정 활동을 자기주도적으로 이끌어갔다면 리더십을 갖춘 학생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면서 이 같은 생각은 오해임을 강조했다.
박 씨의 경우 ‘학생회장’이라는 직책을 내세우기보다는 교내 건의함 크기 변경, 생활복 도입, 학교 주변의 버스 노선 신설 등 학생회 활동을 구체적으로 보여줬다. 특히 활동을 통해 이뤄낸 성과, 활동의 과정에서 얻은 역량을 중점적으로 작성해 좋은 평가를 받았다.
김 입학사정관은 “많은 학생이 갖고 있던 불만에 대해 고민해보고 변화를 추진한 모습에서 도전정신도 엿볼 수 있었다”면서 “독단적인 리더가 아니라 구성원과 함께 소통하며 일을 진행시킨 점에서 국민대가 추구하는 리더의 모습을 잘 보여준 학생이라 판단했다”고 말했다.
게임회사 CEO 꿈… 명확한 진로 설정 눈길
입학사정관전형 지원자들에게 대학은 아직 접해보지 못한 미지의 세계. 그래서 적잖은 학생이 ‘대학 이후의 학업 및 진로계획’을 작성하는 자기소개서 항목을 만나면 당황한다. 대학 입학 이후 여러 분야를 공부하겠다며 학업계획을 거창하게 나열하면서도 정작 무엇이 되고 싶은지를 서술하지 않는 학생들도 종종 있다.
박 씨는 대학에서 경영의사결정론, 경영혁신론 등을 배워 윤리경영을 펼치는 게임회사의 최고경영자가 되고 싶다고 서술했다. 김 입학사정관은 “박 씨는 꿈이 명확하다 보니 자신에게 필요한 부분을 정확히 알았고, 그 내용을 잘 표현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김 입학사정관은 “꿈이 무엇인지 먼저 고민하고 진로를 명확히 설정해야 △해당 학과를 지원한 이유 △학과에서 공부하고 싶은 분야 △꿈을 이루기 위해 필요한 준비사항 등의 계획이 세워질 것”이라면서 “학업계획을 작성할 때 대학 홈페이지에 명시된 커리큘럼을 그대로 나열만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렵다”고 조언했다.
고교 활동 토대로 역경 극복 평가
입학사정관전형 자기소개서 중 ‘어려움 극복 과정’을 작성하는 항목의 답변으로 대단히 어려웠던 사건, 예를 들어 가정형편의 어려움, 부모님의 이혼 등이 필요한 건 아니다. 그보다는 고교시절 교과 및 비교과 활동 중에서 어려움을 극복했던 과정을 작성하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떨어진 내신 성적을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한 경험 혹은 박 씨처럼 과거의 활동을 위주로 서술하는 게 바람직하다.
인근 학교 학생회장들과 함께 학교 주변 숙박업소를 이전시키겠다는 계획을 세워 1500명 가까운 사람의 서명을 받고 인근 상인을 일일이 찾아다닌 경험, 구성원들과 소통하며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경험 등에서 박 씨의 도전정신이 드러났다. 김 입학사정관은 “‘불가능에 맞서는 도전정신을 길렀다’ ‘문제점을 혼자 짊어지는 게 아니라 구성원과 함께 어려움을 해결하는 방법을 배웠다’처럼 활동을 통해 성장한 자신의 모습을 강조한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됐다”고 말했다.
글·사진 오승주 기자 cantar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