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이하 MS)는 이름 그대로 소프트웨어 개발사로 잘 알려져 있다. 윈도나 오피스 시리즈 등은 두말할 나위가 없을 정도로 유명하다. 그런데 사실 MS는 하드웨어도 잘 만드는 회사다. MS의 소프트웨어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이라도 이 회사의 하드웨어는 높게 평가하는 경우가 많다. 회사이름을 ‘마이크로하드(Microhard)’로 바꾸는 것이 더 낫지 않냐는 농담을 할 정도다.
특히 MS의 키보드와 마우스 중에는 독특한 디자인이 돋보이는 제품이 제법 있다. 특히 2010년에 출시된 ‘아크(Arc)’ 시리즈는 얇고 세련된 곡선으로 구성된 바디가 높은 평가를 받으며 큰 인기를 끌었다. 그리고 그 뒤를 이을만한 독특한 디자인의 신제품이 바로 이번에 소개할 ‘웨지(Wedge)’ 시리즈다.
하지만 단순히 디자인만 신경 쓴 건 아니다. 일반PC에 사용할 것을 염두에 두고 개발된 이전 제품과 달리, 웨지 시리즈는 철저하게 모바일기기(노트북, 태블릿PC, 스마트폰 등)에 최적화시켰다. 휴대하기 편한 크기와 무게, 그리고 블루투스 기반의 무선 접속 전용이라는 점만 봐도 짐작이 가능하다. 모바일 시대의 주변기기를 지향하는 웨지 모바일 키보드(이하 웨지 키보드), 그리고 웨지 터치 마우스(이하 웨지 마우스)의 면모를 살펴보자.
‘쐐기’ 디자인과 IT 액세서리의 만남
Wedge는 ‘쐐기’라는 뜻이다. 웨지 키보드와 마우스의 외관 곳곳에서 이런 디자인 모티브를 찾아볼 수 있다. 웨지 마우스의 측면은 여지 없는 쐐기의 모양이며 키보드 역시 바닥의 스탠드 부분에서 유사한 형태를 엿볼 수 있다. 무리하게 특정 디자인을 도입해서 조작성을 희생시킨 것 같지도 않다. 특히 마우스 제품은 실제로 잡아보면 자그마한 크기에 비해 제법 그립감이 좋다.
두 제품 모두 작은 크기에 비해 제법 묵직하다. 건전지를 넣은 상태의 무게가 웨지 키보드는 약 250g, 웨지 마우스는 70g 정도다. 이는 아무래도 제품의 재질 때문인 것 같다. 키보드의 경우 키 주변 전체 및 바닥 부분에, 마우스의 경우에는 양 측면에 금속 재질로 마무리를 했다. 모바일 기기와 함께 쓸 주변기기는 무조건 가벼워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라면 아쉽겠지만, 적절한 무게감이 어우러져야 조작감이 향상되는 것도 사실이다. 제품 구매를 생각하고 있다면 매장에서 직접 만져보길 바란다.
웨지 키보드는 AAA 규격 건전지 2개, 웨지 마우스는 AA 규격 건전지 1개를 넣는다. 충전 기능이 있어도 좋았겠지만 그러자면 제품 가격이 많이 비싸졌을 것이다. 건전지는 어느 곳에서나 쉽게 구할 수 있으니 전원이 바닥난 상태에서 신속하게 대응하기도 편하다. 전지 삽입구의 디자인도 제법 세련된 편이다. 참고로 PC나 모바일기기의 전원을 끄거나 절전모드로 전환하면 여기에 연결된 웨지 마우스도 절전모드의 일종인 ‘배낭 모드(backpack mode)’로 전환된다.
활용성 높은 다목적 커버, 따로 팔면 안되겠니?
웨지 키보드는 본체 크기와 비슷한 다목적 커버를 함께 제공한다. 이걸로 키보드 전면을 덮어둘 수 있는데, 커버를 덮으면 전원이 자동으로 차단된다. 이동하기 전에 직접 전원을 끌 필요가 없어 편리하며, 키보드 표면도 보호할 수 있으니 금상첨화다. 표면이 고무 재질로 덮여있어서 키보드 표면에 흠집도 생기지 않는다.
다목적 커버의 역할은 또 하나 있다. 스탠드 기능이다. 가운데에 있는 가이드 선을 따라 접으면 태블릿PC나 스마트폰을 세울 수 있는 스탠드가 된다. 어떤 각도로 접더라도 단단하게 고정이 되므로 7~11인치의 태블릿PC는 물론, 3~5인치의 스마트폰도 사용자가 원하는 대로 세워서 쓸 수 있다. 제법 유용한 액세서리이니 이것만 따로 팔아도 제법 인기가 있지 않을까 싶다.
자신의 기기가 블루투스 가능한지 확인해야
웨지 키보드와 마우스는 앞서 말한 대로 모바일기기에 최적화되어 있음을 강조하는 제품이다. 기존 제품이라면 PC의 USB포트에 꽂는 동글(수신기)를 함께 제공하겠지만 웨지 시리즈는 반드시 블루투스 무선 접속 방식으로 접속해야 한다. 따라서 웨지 시리즈의 구매를 생각하고 있다면 반드시 자신의 기기가 블루투스 기능을 갖췄는지 반드시 확인하도록 하자. 요즘 나오는 노트북이나 태블릿PC, 스마트폰 등은 대부분 블루투스 기능을 지원하지만, 데스크탑PC는 지원하지 않는 경우가 훨씬 많다.
접속하고자 하는 기기의 블루투스 설정 메뉴로 들어가 기기 검색을 켠 후, 웨지 키보드의 측면, 웨지 마우스의 하단에 있는 페어링(상호 인식) 버튼을 3~5초 정도 누르면 해당 기기에서 웨지 키보드와 마우스를 인식 목록에 표시한다. 마우스의 경우 목록에서 고르기만 하면 바로 사용 가능한 상태가 되며 키보드의 경우는 임의의 등록번호 6자리를 웨지 키보드 상에서 입력하고 엔터를 누르면 된다.
윈도8 기반의 컨버터블PC(키보드 분리 가능 노트북)인 HP의 엔비X2, 안드로이드 기반의 태블릿PC인 삼성 갤럭시노트 10.1과 8.0, 그리고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인 팬택 베가R3 등에서 웨지 키보드와 마우스가 모두 정상적으로 인식되는 것을 확인했다. 다만, iOS 기반의 태블릿PC인 뉴아이패드(아이패드 3세대)에서는 웨지 키보드만 인식되고 마우스는 인식되지 않았다. MS측에서도 웨지 마우스는 아이패드를 지원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탈옥(해킹)한 아이패드에서는 인식이 될 가능성도 있으나 직접 확인해 보지는 못했다.
안드로이드, iOS도 환영, 윈도8은 대환영
웨지 시리즈는 다양한 기기를 지원하지만 MS에서는 윈도8 기반의 태블릿PC나 노트북과 궁합이 좋다고 특히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HP 엔비X2에서 두 제품을 써보니 거짓은 아닌 것 같다. 웨지 키보드에는 윈도8의 특징인 참(charm)을 원터치로 실행할 수 있는 단축키를 다수 갖추고 있다. 검색 참, 공유 참, 장치 참, 설정 참 등 총 4개의 참 관련 단축키를 갖추고 있어 상당히 편리하다.
웨지 마우스의 경우, 본체 상단 표면의 선을 문지르면 화면 스크롤이 된다. 일반적인 휠 마우스 같은 상하 스크롤 외에도 좌우 스크롤도 가능하다. 특히 좌우 스크롤 기능은 윈도8 특유의 윈도스타일 UI(사용자 인터페이스)에서 상당히 자주 쓸 듯 하다.
물론 윈도8 외에 안드로이드나 iOS 환경에서도 활용성이 높다. 특히 안드로이드 기기에서 웨지 마우스를 연결하면 화면에 마우스 커서가 나타나므로 상당히 독특한 감각으로 조작이 가능하다. 물론 안드로이드나 iOS는 본래 터치 스크린 인터페이스에 최적화된 운영체제이다 보니 해당기기의 모든 기능을 키보드와 마우스로 조작하는 것은 힘들다. 하지만 문서 작업을 할 때의 편함은 확실히 터치스크린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
반드시 노트북을 써야 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그리고 웨지 키보드와 마우스를 조합해 가지고 다니며 업무를 보는 것이 가능할 것 같다. 키를 누르는 감각은 기존의 노트북용 키보드와 크게 다를 바가 없으며 마우스 버튼을 클릭하는 느낌 역시 일반 마우스 그대로다.
제법 괜찮아 보이는데 가격은 어때?
마이크로소프트 웨지 모바일 키보드와 웨지 터치 마우스는 요즘 나오는 주변기기의 추세를 잘 보여주고 있다. 엄연한 키보드와 마우스의 형태를 띠고 있으면서도 일반PC와의 연결성을 그다지 고려하지 않았으며, 철저하게 모바일기기 친화적인 인터페이스를 갖췄다. PC시장의 맹주라고 할 수 있는 MS의 제품이라는 것을 생각해 본다면 제법 흥미로운 점이다.
여기에 아크 시리즈에서 보여준 감각을 계승 발전시킨 듯한 세련된 디자인이 더해져 소유욕을 부르고 있다. 이 정도면 누가 봐도 어지간해서는 디자인 면에서 흠을 잡지 않을 것이다. 2013년 5월 현재 인터넷 최저가 기준 제품 가격은 웨지 키보드가 7만원 근처, 웨지 마우스가 5만원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요즘은 이보다 싼 저가형 블루투스 주변기기가 상당히 많다. 하지만 제품의 기능이나 디자인, 그리고 브랜드 가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본다면 웨지 시리즈는 충분히 살 만한 제품이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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