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V-E250S’가 어떤 휴대폰인지 감이 오는가? ‘LG-F180K’는? 전자는 삼성전자 ‘갤럭시노트2’고 후자는 LG전자 ‘옵티머스G’다. 사람들은 영문과 숫자가 복잡하게 섞인 모델명보다 기억하기 쉬운 ‘펫네임’에 더 익숙하다. 펫네임(Pet name)은 쉽게 말해 제품의 별명, 애칭이다. 기억에 남도록 잘 지어야 제품이 잘 팔린다.
‘롤리팝폰’, ‘초콜릿폰’, ‘이효리폰’처럼 제품의 특징이나 광고모델을 딴 펫네임이 유행하던 적이 있었다. 지금은 ‘스마트폰 시대’로 접어들며 펫네임이 아주 간결해졌다. 다만 터치 디스플레이와 버튼 하나 정도로 휴대폰 디자인이 단순해지니 특징적인 이름을 짓기가 어려워졌다. 신제품이 계속 나오는데 그때마다 펫네임을 짓기도 벅차고, 지어도 소비자 머리만 복잡해지는 부작용도 생겼다.
최근 들어 각 제조사는 스마트폰에 ‘시리즈’ 펫네임을 짓고 있다. 사람 이름에 ‘돌림자’를 넣는 식이다. 펫네임 하나로 그 스마트폰의 ‘뼈대’와 주요 분류까지 짐작할 수 있으니 알아서 손해 볼 건 없다. 국내 스마트폰 제조사의 대표 스마트폰 펫네임을 알아본다.
삼성전자(이하 삼성)는 자사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 은하계를 뜻하는 ‘갤럭시(Galaxy)’ 브랜드를 사용한다. 삼성 스마트폰의 실질적인 선조라면 단연 ‘갤럭시S’다. 사실 갤럭시S는 갤럭시K, 갤럭시U라는 스마트폰 형제가 있었다. 이 셋의 펫네임은 각각 출시되는 이동통신 3사의 이름을 따 지은 것이다. 즉, 갤럭시S는 SK텔레콤을 통해 출시한 고급형 스마트폰이다(갤럭시K는 KT, 갤럭시U는 LG유플러스). 갤럭시S는 셋 중 사양이 가장 좋았고, 판매량도 가장 많았다. 그래서 결국 갤럭시S의 이름만이 살아남았다. 처음 시작은 SK텔레콤이었지만 S는 ‘삼성’, ‘스마트’ 등 다양한 의미를 내포하는 것 아닐까?
영화도 1편이 잘되면 후속작을 만들듯이 삼성은 갤럭시S의 인기를 등에 업고 ‘갤럭시S2’를 출시했다. 그 뒤를 이어 또 ‘갤럭시S3’, ‘갤럭시S4’가 나온 것이다. ‘갤럭시S’로 시작하는 스마트폰은 고급 제품군에 속한다.
대화면에 스타일러스(터치펜)가 있는 삼성 스마트폰 이름에는 ‘노트’가 붙는다. 5.3인치 ‘갤럭시노트’와 그 뒤를 이은 5.5인치 ‘갤럭시노트2’가 대표적이다. 참고로 갤럭시노트가 성공한 후 삼성전자는 자사 스타일러스가 포함된 자사 태블릿PC에 ‘탭’대신 ‘노트’란 이름을 붙이기 시작했다. ‘갤럭시노트8.0’과 ‘갤럭시노트10.1’은 각각 8인치, 10.1인치의 태블릿PC다. 이제 노트란 이름은 ‘스마트폰이냐, 태블릿PC냐’가 아니라 ‘스타일러스가 있냐 없냐’로 구분해 붙인다.
삼성 스마트폰 중 ‘S’와 ‘노트’가 붙지 않은 것들은 보급형 제품이라 봐도 무방하다. ‘갤럭시그랜드’, ‘갤럭시팝’, ‘갤럭시R스타일’ 등이 그러하다.
LG전자 ‘옵티머스’
옵티머스(Optimus)는 라틴어로 ‘가장 좋은’, ‘최선의’ 등의 뜻을 가진다. LG전자는 자사 스마트폰 이름에 ‘옵티머스’를 붙인다. LG전자는 펫네임을 비교적 다양하게 짓는 편이다. 특징 있는 스마트폰이 많기도 하지만 딱히 ‘히트 친’ 스마트폰이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큰 화면의 ‘옵티머스빅’, NFC 기능을 살린 ‘옵티머스태그’, 3D 카메라를 탑재한 ‘옵티머스3D큐브’ 등 펫네임이 다채롭다.
그러다 LG전자의 야심작 ‘옵티머스G’가 탄생했다. LG전자 구본무 회장의 자존심을 걸고 만들었기에 일명 ‘회장님폰’으로 불린다. 옵티머스G는 높은 판매량을 기록해 LG전자의 기를 살려준 고급형 스마트폰이다. 그 후 LG전자는 옵티머스G의 기운을 이어받은 ‘옵티머스G프로’를 선보였다. LG전자는 앞으로도 고급형 스마트폰에 ‘옵티머스G’ 이름을 붙일 듯싶다.
LG전자 대화면 스마트폰 이름은 ‘Vu(뷰)’다. 5인치 스마트폰 ‘옵티머스뷰’, ‘옵티머스뷰2’까지 선보였다. 지금은 신제품이 안 나오지만, 물리적인 쿼티(QWERTY) 자판이 있는 제품의 펫네임에는 ‘Q’가 붙는다. ‘옵티머스Q’, ‘옵티머스Q2’ 순이다.
LG전자 스마트폰 중 ‘G’와 ‘뷰’가 붙지 않은 것들은 대부분 보급형 제품이다.
팬택 ‘베가’
일반 휴대폰(피처폰) 시절, ‘스카이’는 프리미엄 휴대폰의 대명사였다. 지금은 팬택에 합병됐다. 팬택은 자사 스마트폰 이름 고안 시 하늘(스카이)에 떠있는 별들의 이름을 따서 ‘이자르’, ‘베가’, ‘시리우스’, ‘미라크’ 등을 만들었다. 이 중 그 명맥을 이은 것이 ‘베가’다. 베가는 거문고자리의 직녀성이다.
팬택의 고급형 스마트폰 대표작은 ‘베가레이서’다. 커다란 바퀴를 타고 질주하던 이병헌의 TV 광고 때문인지 베가레이서는 사람들의 뇌리에 박혔다. 그 후 팬택은 그 기세를 이어 ‘베가레이서2’를 만들었지만, 소비자 평가는 그다지 좋지 못했다. 3탄으로 나온 제품이 ‘베가R3’로 레이서(Racer)의 ‘R’만 따왔다. 이번에 갤럭시S4의 맞수로 내놓은 야심작의 펫네임은 ‘베가아이언’이다. 아이언(Iron)이란 이름처럼 제품에 알루미늄 소재가 쓰였다. 아이언맨3의 개봉 시기와 베가아이언의 출시 시기가 묘하게 겹치는 것은 우연일까? 베가아이언이 기대만큼의 성적을 내준다면 곧 베가아이언2도 볼 수 있을 것이다.
팬택은 자사 대화면 스마트폰 이름에 ‘넘버’를 붙인다. 5인치대 ‘베가넘버5’와 6인치대 ‘베가넘버6’가 대표적이다. 참고로 팬택은 베가넘버6의 이름을 짓기 전 공모전을 열어 이름을 추천받았다. 하지만 결국 전작의 이름을 따라 베가넘버6라고 지어 많은 신청자를 허무하게 만들었다는 후문이다.
글 / IT동아 나진희(naji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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