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뚝기업 포스코와 IT기업 구글의 ‘스마트워크 플레이스’ 도입 4개월
굴뚝기업 포스코가 글로벌 정보기술(IT)기업 구글의 도움을 받아 제작한 업무 시스템인 ‘스마트워크 플레이스’를 올해 1월 도입한 이후 포스코의 업무 스타일이 변화하고 있다.
○ 출장과 결재 파일이 사라졌다
포스코의 문제 중 하나는 직원들 간의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다는 점이었다. 전체 직원 1만7000명 중에 자신이 협업해야 할 대상이 어느 부서에 있는지조차 알기 어려웠다. 스마트워크 플레이스 시스템을 기획한 포스피아3.0 추진실 박현수 팀장은 “구글처럼 직원들이 거리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편하게 의사소통하며 일할 수 있도록 만들자는 것이 ‘스마트워크 플레이스’의 기본 구상”이라고 설명했다.
포스코 직원들은 시스템 도입 이후 가장 큰 변화로 팀 간 협업을 꼽았다. 어느 직장이나 다른 팀 업무에 대해서는 ‘나 몰라라’하는 경향이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스마트워크 플레이스를 도입한 이후 각 팀이 업무를 공유하면서 협업이 수월해졌고 이에 따라 업무성과도 눈에 띄게 좋아졌다.
스마트워크 플레이스를 가장 잘 활용하는 곳으로 꼽히는 곳은 포항제철소 내 생산기술부다. 생산기술부는 서울 본사 영업부가 고객의 주문을 받으면 이를 조업 부서에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이 때문에 영업부 및 조업 부서와 얼마나 효율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하느냐에 따라 업무 성과가 달라진다. 이전까지는 1시간 남짓 하는 회의를 준비하기 위해 사전에 참석자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참석 가능 여부를 물어야 했다. 서울 포스코센터나 전남 광양제철소로 출장을 다니기도 했다. 출장만큼 번거로운 것은 제철소 내 이동이었다. 서울 여의도 면적의 3.2배에 이르는 제철소 내에서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는 시간이 30분 넘게 걸렸다.
포항제철소 송도의 생산지원팀장은 “시스템을 도입하고 나서 ‘일은 서로 만나서 얼굴 보고 해야 제대로 된다’는 인식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각자의 업무 일정을 캘린더 형태로 공유하는 비주얼 플래닝(VP)에 접속해 상대방의 편한 시간을 확인한다. 출장에는 ‘행아웃’이 위력을 발휘한다. 서울에 있는 제품 수주 담당자와 포항제철소의 작업 지시 담당자가 출장까지 오가면서 서로 만나 회의를 할 필요 없이 각자 컴퓨터에 달린 카메라로 자리에 앉아서 회의를 하기 시작했다.
포스코는 스마트워크 플레이스 도입 이후 출장비용은 30%, 의사결정 시간은 평균 60% 줄어든 것으로 자체 분석했다. 문서 출력량도 과거에 비해 77%가량 줄었다. “그건 제가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닌데요”라며 책임을 미루거나 “상의하고 알려드릴게요”라며 의사결정을 미루는 현상도 점차 사라지고 있다. 업무관리시스템(TMS)으로 팀 간 업무가 동료들에게도 실시간으로 공유되고 수시로 댓글이 달리고 업무가 업데이트되기 때문이다. TMS 활동 내용은 직원의 업무평가에 반영된다.
직원 개개인이 자신의 업무에 전문가가 돼 주도적으로 일을 처리하도록 한 것도 큰 수확이다. 포스코 직원들은 구글의 검색엔진을 적용한 사내 포털에서 업무와 관련된 키워드를 입력하면 해당 업무 담당자 이름을 확인할 수 있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