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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 제철]인제 황태, 눈과 바람에 얼고 녹아… 겨울이 담긴 햇황태의 맛

입력 | 2013-05-07 03:00:00


겨우내 강원 인제군 북면 용대리에서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며 만들어진 용대 황태. 전국 황태 생산량의 80%가량이 용대리에서 만들어진다. 동아일보DB

겨우내 눈과 세찬 바람을 맞으며 얼었다 녹았다 하기를 수십 차례. 12월 초겨울 덕장에 매달린 명태는 이듬해 4월까지 밤이면 영하 15도 아래의 추위에 꽁꽁 얼고 낮에는 햇볕에 살짝 녹기를 반복하며 황태로 변한다. 5월은 햇황태가 나오는 시기. 일부 미식가 중에선 황태가 일정 기간 저온 숙성을 거쳐야 제맛이 난다고 평가하기도 하지만 햇황태의 풋풋한 맛은 지금이 아니면 맛보기 힘들다.

황태는 말린 명태라는 점에서 ‘북어’와 사촌간이다. 북어가 주로 바닷가에서 건조되는 반면 황태는 내륙에서 추운 겨울 동안 냉동과 해동을 반복하며 만들어진다. 이런 과정을 거친 황태는 말 그대로 ‘살이 노랗고 살집이 두툼한 명태’가 된다.

○황태 1번지에서 만들어진 속풀이 별미

전국에서 황태 1번지로 꼽히는 곳은 단연 강원 인제군 북면 용대리다. 이곳에서 만들어지는 황태는 연간 3000만 마리(1만5000t)로 전국 생산량의 80%가량을 차지한다. 인제군 용대황태명품화사업단에 따르면 용대리에만 27개의 크고 작은 덕장이 있고 43개의 판매장, 황태 전문식당 30여 곳이 영업 중이다. 이 지역의 황태 덕장 사람들은 자부심이 대단하다. 이강열 (사)인제용대황태연합회 회장은 “황태는 추위 바람 눈 3박자가 맞아떨어져야 하는데 설악산 자락의 용대리야말로 최적의 조건을 갖춘 곳”이라며 “이 때문에 속살이 잘 부풀어 부드럽고 담백한 맛을 낸다”고 말했다.

황태는 인터넷 쇼핑몰에서 편리하게 구입할 수 있다. 가격은 크기에 따라 황태포 10마리에 2만 원대부터 5만 원대까지. 맛 차이는 거의 없다는 것이 덕장 사람들의 설명이다. 황태를 이용한 대표적 요리는 황탯국과 구이, 찜, 채무침 등이 있다. 황탯국은 국물이 뽀얗게 우러나 보기에 설렁탕이나 곰탕과 비슷하고, 맛은 북엇국보다 깊고 개운하다. 또 붉은 양념장을 바른 황태구이는 고소하고 씹히는 맛이 일품이다. 용대리 황태 전문식당에서는 보통 황태구이 정식을 1만 원, 황탯국을 7000원에 판매하고 있다.

황태 전문식당으로 용대리에 처음 문을 열었다는 용바위식당은 37년 전통을 자랑한다. 8년 전부터 이 식당에서 시어머니 연영숙 사장(61)을 돕고 있는 며느리 권순미 씨(34)는 “황태는 숙취 해소에 좋아 주말과 피서철이면 속을 풀기 위한 아침 손님이 많이 찾는다”며 “맛과 영양을 함께 갖춘 음식”이라고 말했다.

○황태 인기 덕에 황태축제도 서울 나들이

황태를 만드는 과정은 얼핏 보면 쉬워 보인다. 그러나 덕장 사람들은 황태가 식탁에 오르기까지 33차례 손이 갈 정도로 힘겨운 과정이라고 말한다. 덕장을 만들어 명태를 걸고, 거두고, 꼬챙이를 꿰고, 숙성시키고, 잘게 찢어 황태채로 만드는 과정 등이 보통 힘겨운 일이 아니다. 그나마 지금은 러시아산 명태를 동해안에서 손질해 들여오기 때문에 명태 손질 과정은 생략됐다. 또 눈 녹은 물은 황태 품질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눈이 올 때마다 명태에 얹힌 눈을 털어내는 작업은 겨울 내내 해야 한다.

아버지에 이어 자신의 아들까지 삼대에 걸쳐 황태를 만든다는 산골황태덕장의 이종구 대표(52)는 “황태 만드는 일이 힘들지만 농사가 잘 안 돼 빈촌이던 마을이 황태 덕분에 어느 정도 살게 됐으니 고마운 황태가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1999년 처음 시작된 용대리 황태축제는 올해 처음 서울로 진출한다. 인제군은 인지도가 높은 용대 황태를 포함해 군 특산물을 수도권에 적극 홍보하기 위해 24∼26일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2013 용대 황태와 함께하는 인제 5대 명품 페스티벌’을 열기로 했다고 6일 밝혔다.

인제=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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