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1학년 때 수업을 마치고 스탠드에 앉아 축구부 훈련을 부러운 마음으로 지켜보던 기억이 난다. 축구부 선수들은 해가 뉘엿뉘엿 질 때까지 하프라인에서 사이드로 볼을 빼고 측면에서 크로스가 올라오면 머리나 발로 받아 넣는 훈련을 반복했다. 날카로운 크로스와 멋진 슛에는 “나이스” “굿”을 외치며 서로를 독려하는 끈끈함이 엿보였다. 엉뚱한 플레이가 나오는 날에는 무섭기로 유명한 축구부 감독 선생님의 험한 욕설을 피해갈 수 없었지만.
그 시절, 학교 축구부가 전국대회 결승에 오르면 전날부터 설렌다. 합법적인 땡땡이(수업을 안 듣는 일)가 가능했다. 효창운동장이나 지금은 없어진 동대문운동장으로 전교생이 응원을 가서 우리 학교 선수들의 모습을 자랑스럽게 지켜봤다.
그 때는 축구부에 들고 싶었지만 시기도 늦고 실력도 모자라 차마 부모님을 설득할 자신이 없었다. 그저 이렇게 뜻 맞는 친구들끼리 모여 볼을 차며 축구에 대한 갈증을 해소했다. 그나마도 학교 운동장은 축구부 때문에 쓰기가 힘들어 근처 초등학교를 전전해야 했다.
국민생활체육전국축구연합 유청소년연맹은 7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2013 전국 유청소년 축구대회 I(아이)리그 출범식’을 열었다.
I리그는 11일부터 6개월간 초등부 연령별 3개 리그(7, 8인제), 중등부, 고등부 부문으로 나뉘어 지자체 단위로 운영된다. 전국 540개 축구 동호회가 참가한다. 축구협회에 등록된 소위 엘리트 팀과 학교 축구부 소속 선수들은 I리그에서 뛸 수 없다. 참가규모는 전국 540개 클럽 및 동호회 팀으로 참가선수 1만2000명을 비롯해 운영진과 지역 동호인을 포함하면 4만 명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연맹 회장인 민주통합당 최재성 의원은 “유청소년 축구는 결과로 평가하는 것보다 축구를 진정으로 사랑하고 즐길 수 있는 인성을 배양하는 게 중요하다”고 리그 창설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이어 “축구 좀 못하면 어떤가. 축구를 취미로 즐기는 학생들이 많아지다 보면 엘리트 축구 수준도 높아지는 선순환 효과가 있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트위터@Bergkamp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