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명인 마케팅’ 빛 봤다
3월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갤러리에서 로얄 코펜하겐의 장인 마이켄 루비 팜 씨(왼쪽 사진)가 도자기 무늬를 그려 넣는 시범을 보이고 있다. 살바토레 페라가모는 같은 달 페라가모 서울 플래그십스토어에서 구두 장인인 플로리아노 프라텔리 씨를 초청해 구두 제작 시연 행사를 열었다. 각 회사 제공
불황이 이어지며 제조유통일괄형(SPA) 브랜드나 자체 브랜드(PB) 제품 등 ‘실속형’ 제품과 중국산 등 값싼 수입 제품이 인기를 끄는 가운데 이들과 차별화를 꾀하는 업체들이 ‘장인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들은 장인을 직접 등장시켜 제품이 장인의 손을 거쳤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를 통해 제품이 비싸지만 소장 가치가 있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238년 역사의 덴마크 도자기 브랜드 ‘로얄 코펜하겐’은 3월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갤러리에서 열린 전시회에 덴마크 장인 마이켄 루비 팜 씨(39·여)를 초청했다. 팜 씨는 로얄 코펜하겐의 250여 장인 중에서 최고의 솜씨를 가진 9명 가운데 한 명이다. 그는 최고가 제품인 ‘플로라 다니카’를 담당하고 있다. 팜 씨는 백화점 고객들 앞에서 접시 등 식기에 꽃무늬를 그려 넣는 장면을 시연했다. 최예람 로얄 코펜하겐 매니저는 “전시회가 열린 3월 ‘플로라 다니카’의 매출이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67% 이상 늘었다”며 “명인 효과가 매출로 증명된 셈”이라고 말했다.
백화점도 장인을 활용한 홍보에 뛰어들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달 우수 고객 300명을 초청해 이 백화점이 판매하는 ‘명인명촌’ 브랜드 중 66년 동안 장류를 만들어온 전북 순창군 장류마을 오순이 씨(74·여)의 작업 공간을 찾았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일반 제품에 비해 숙성 기간이 5배 이상 되는 등 많은 정성이 들어간 제품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장인 마케팅의 ‘원조’는 해외 유명 브랜드들이다. 이들도 꾸준히 장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살바토레 페라가모는 40년 경력의 구두 장인인 플로리아노 프라텔리 씨를 한국에 초청해 3월 18∼22일 ‘바라 슈즈’의 제작 과정을 보여주는 시연회를 열었다. ‘바라 슈즈’는 1978년부터 생산된 페라가모의 대표 제품 중 하나다. 구치는 지난달 열린 ‘플로라 아카이브’ 전시회에서 이탈리아 본사의 장인으로 구성된 ‘실크 아티잔 코너’ 팀원 2명을 초청해 제품 제작 장면을 소개하기도 했다.
현대백화점 상품본부의 권순건 명인 발굴 전담바이어는 “제품 품질을 강조하기 위해 최근 장인이나 명인들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며 “희소성을 가진 장인을 발굴해 활용하는 것이 유통업계의 중요한 경쟁력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권기범 기자 kak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