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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민주당 김 대표, 이승만 박정희 묘역도 참배했어야

입력 | 2013-05-08 03:00:00


김한길 민주당 새 대표와 최고위원들이 그제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의 묘역은 빼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묘역만 참배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일정이 바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다른 관계자는 “관례도 그렇고, 민주당 대표가 민주당 출신이 아닌 대통령 묘역까지 참배할 필요가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바쁘다는 것은 핑계이고, 지금까지의 관례에 따른 것이라는 말도 강변에 해당한다. 역대 대통령들은 당적을 떠나서 평가받을 뿐 아니라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은 지금의 새누리당과도 직접적인 연관은 없다. 이전 민주당 대표들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했던 김 대표이기에 실망이 크다.

김 대표는 4일 당대표 수락 연설에서 “민주당의 영혼만 빼고 모든 것을 버려야 우리가 살 수 있다”면서 혁신과 변화를 강조했다. 이승만 박정희 묘역을 참배하는 것이 민주당의 영혼을 부정하는 행위인가.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민주당의 혁신 과제 가운데 첫손가락에 꼽히는 것이 편 가르기와 분열주의의 극복이다. 김 대표 스스로도 민주당의 패배를 초래한 고질적인 병폐와 결별하겠다고 말했지만 지난 대선 때 문재인 후보가 보여준 편 가르기 현충원 참배와 달라진 것이 없다.

김 대표가 지난해 5월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처럼 대통령 묘역에 가지 않고 현충탑 참배에 그쳤다면 문제가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김대중 묘역에서 불과 100m, 350m 떨어진 이승만 박정희 묘역을 애써 외면하는 민주당의 역사인식은 편협하다.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에게도 과오가 있지만 대한민국 건국과 경제 발전이 있었기에 민주화도 가능했음을 알아야 한다.

민주당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국민통합을 주문하고 박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은 48%의 국민도 포용하라고 요구한다. 민주당은 같은 주문을 자신들에게도 적용해야 옳다. 김대중의 민주화와 함께 이승만의 건국과 박정희의 산업화도 평가하는 것이 균형 잡힌 역사인식이다. 세 전직 대통령의 묘역이 한곳에 있다는 것 자체가 상징적이다. 박 대통령도 대선후보 시절에 김대중 묘역과 경남 김해 봉하마을의 노무현 묘소까지 참배했지만 선거 때만 그랬다는 말을 들어서는 안 될 것이다.

새 정치는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다. 과거의 잘못된 관습과 독선을 버리는 것이 바로 새 정치의 출발이다. 민주당이 진정으로 지역이나 이념을 초월해 국민통합과 새 정치를 하려 한다면 편협한 역사관과 국민 편 가르기 정치부터 버려야 한다. 김 대표는 지금부터라도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