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Q: 고려 불화로 추정되는 수월관음도가 최근 일본에서 발견됐다. 관음보살은 때로는 남자처럼, 때로는 여자처럼 묘사되는데, 어느 쪽이 맞나. 》
강희정 서강대 동아연구소 교수(동양미술사)
결론적으로 말해 관음보살은 남성이다. 우리나라 사찰에 모신 관음상에는 수염이 그려져 있다. 수염은 남성성의 상징이다. 관음상은 얼굴이 곱상하고 허리도 잘록하지만 결정적으로 가슴은 없으니 여성이 아니다.
그러나 대승불교가 발달하면서 여성의 성불을 다루는 경전도 나온다. 게다가 인도에서는 힌두교의 영향으로 신들의 배우자인 여신을 숭배하는 샥티즘이 융성했다. 그에 따라 남성인 관음의 배우자 격으로 타라보살이 만들어진다. 명백히 여신인 타라를 중국에서 음을 따라 다라(多羅)로 한역(漢譯)하고 관음보살과 혼동하게 됐다. 딱히 틀렸다고 말하기도 어려운 것은 ‘법화경’ ‘능엄경’에서 관음보살이 중생을 구원하기 위해 여러 몸으로 변신해 내려온다고 돼 있기 때문이다. 이를 관음 33응신이라 하며, 여기에는 천(天), 비구, 비구니 등 다양한 화신이 있다.
중국으로 가면 양상이 더욱 복잡해진다. 도교의 영향까지 받기 때문이다. 중생이 바라는 바가 모두 다른 만큼 역사상 무수한 관음이 만들어지고 나타난다. 중국인들이 믿는 송자관음(送子觀音)은 아들을 낳게 해달라는 소원을 들어주는 관음이다. 어린아이를 안고 있는 어머니의 모습이다. 아이를 낳고 기르는 모성이야말로 여성의 중요한 성격이 아닌가. ‘어머니’로서의 송자관음은 관음보살이 여성으로 인식될 수 있는 배경이 된다.
당대(唐代) 이후 중국과 한국에서는 관음을 어머니에 비유하고 여신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단적인 예로 ‘삼국유사’에 나오는 설화들을 들 수 있다. 원효에게 더러운 빨랫물을 떠준 여인이 관음이었다는 이야기나 수행하는 스님에게 찾아와 출산을 도와달라고 했던 낭자가 관음의 화신이었다는 것이 그렇다. 삼국유사가 쓰인 13세기에 이미 관음을 비구니-낭자-여인의 이미지로 받아들이고 있었음을 말해준다. 설화 속 관음은 우리에게 친근한 여성으로 다가오지만 미술에서는 수염을 그려 남성임을 명확히 보여준다.
요컨대 관음은 남성이지만 그 이미지는 여성적일 수 있다. 관음은 무수한 화신으로 중생에게 다가서기 때문에 어머니로, 여성으로 표현되어도 무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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