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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경제로 가는 길]예술가들이 살린 獨 구도심, 벤처창업 명소로

입력 | 2013-05-08 03:00:00

<구도심:베를린 미테지구>1950년이후 쇠락 베이징 798거리도 사업 아이디어 찾는 창업자들 몰려




벽면에 그라피티가 가득한 미테 지구의 한 뒷골목. 베를린=박창규 기자 kyu@donga.com

“거리 곳곳엔 관광객뿐 아니라 작품을 구상하고 있는 예술가나 디자이너들이 넘쳐납니다. 그들이 뿜어내는 에너지가 베를린의 독특한 문화와 결합해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습니다.”

독일 베를린에서 도시설계를 전공하고 있는 유학생 박지훈 씨(39·여)는 “베를린의 강점은 과거의 유산을 최대한 보존하면서도 창작활동을 장려하는 문화”라며 이렇게 말했다.

베를린 미테 지구는 7, 8년 전부터 세계 곳곳에서 예술가들이 모여들면서 주목받는 지역으로 떠올랐다. 이곳은 현대적인 건물에 백화점과 명품 상점들이 밀집한 옛 서베를린 지역의 쿠담(쿠르퓌르스텐담의 약칭) 거리와 달리 오래된 건물이 많다. 싼 임차료와 독특한 구조물을 찾는 예술가들은 이곳의 매력에 사로잡혔다. 젊은 예술가들이 낡은 백화점 건물을 자신들의 아지트로 만든 타헬레스가 대표적이다. 예술가들은 여기서 그림이나 직접 만든 장신구, 의류 등을 팔며 타헬레스를 개성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하케셔마르크트역과 로자룩셈부르크플라츠역 주변 역시 젊은 디자이너와 관광객으로 북적이고 있다. 골목마다 늘어선 음식점과 커피숍, 옷가게 등은 마치 서울의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 같은 분위기를 풍긴다.

이런 예술적 토양은 젊은 창업가들을 끌어들이는 데 크게 기여했다. 새로운 트렌드를 발 빠르게 받아들여 사업 아이디어로 만들어내는 이들에게 매력적인 장소가 된 것이다. 구글은 베를린으로 몰려드는 벤처기업들을 위해 미테 지구의 낡은 창고를 개조하는 데 100만 유로(약 14억 원)를 지원했고, 웹브라우저 ‘파이어폭스’로 잘 알려진 모질라재단도 베를린에 사무소를 열었다.

이에 힘입어 베를린은 독일 내 정보기술(IT) 창업 클러스터로 떠올랐다. 창업가 지원 기관인 베를린혁신센터(IZBM)에 따르면 2008∼2012년 5년 사이에 1500여 개의 벤처기업이 베를린에서 새로 생겨났다. ‘유레카’ ‘CEO 베를린’ ‘더 테크 오픈 에어 베를린’ 등 창업가 교류행사도 활발하게 열리고 있다.

중국 베이징(北京)의 ‘798거리’도 예술가와 창업가들의 사랑을 받는 곳이다. 1900년대 초반 군수물자를 만들던 공장지대였던 이 거리는 1950년 이후 쇠락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2000년대 초반부터 예술가들이 하나 둘 찾아오면서 특색 있는 지역으로 거듭나고 있다. 사업 아이디어를 얻으려는 창업가들도 몰려들고 있다.

고영하 한국엔젤투자협회 회장은 “창업가들은 한발 앞서 트렌드를 수용해야 혁신적 제품을 내놓을 수 있다”며 “베를린이나 중국 798거리에 창업가들이 모여드는 것은 다양한 사람들을 쉽게 만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베를린=박창규 기자 k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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