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하 여행전문기자
이에 대해 독자의 의견을 듣고 싶다. 과연 그 말을 믿어야 할지. 아예 서비스를 하지 않았다면 모를까, 진행 중인 서비스를 중단한 게 과연 실수일지. 그것도 승무원 둘이 함께 하던 일인데…. 호출에 대한 무응대도 그렇다. 미리 주문한 기내면세품이 많아 그걸 인도하다 보니 그런 것 같다는 게 해명이었다. 면세품 배달은 물론이고 판매에 식사, 음료 서비스까지 그걸 그 시간에 다 하기란 쉽지 않을 터. 그러다 보니 서비스에 우선순위를 매겼을 텐데 아쉽게도 이 항공편에선 면세품 배달 판매가 최우선이었던 모양이다. 어쩌면 항공사 자체가 그럴지도 모르고.
이렇듯 항공기 여행엔 우리가 모르는 ‘불편한 진실’이 곳곳에 숨겨져 있다. 먼지도 그중 하나다. ‘라면상무’ 사건으로 공개된 ‘기내일지’에 따르면 환기는 2분마다 실시된다. 그런데도 기내엔 늘 먼지가 떠다닌다. 그 출처는 바닥카펫과 수백 명분의 담요 베개 옷가지 직물시트 등 다양한데 가끔 창문틈새로 새어든 빛줄기가 그걸 확인시킨다. 그래서 내 의사 친구는 늘 마스크를 쓴다. 독감이 유행하거나 감기가 극성을 부리는 환절기엔 더더욱 그렇다.
여행은 고역(苦役)이다. 영어단어 트래블(travel)이 ‘고생’이란 ‘트라베일(travail)’에서 왔고 그건 다시 고문기구를 칭하는 라틴어 ‘트리팔리움(tripalium)’에서 왔음만 봐도 안다. 그 고된 여행길에 기내만큼은 안식처가 돼야 한다. 그런데 현실은 어떤가. 항공사는 항공사대로, 승객은 승객대로 불편을 주거나 심경을 건드린다. 식사 때 좌석 등받이를 세우지 않아 뒷좌석 승객에게 주는 불편, 창문의 모든 블라인드를 내려 기내를 깜깜하게 해뒀음에도 답답하다며 블라인드를 올려 다수 승객의 수면을 방해하는 무례함 등을 두고 하는 말이다.
기내 매너란 게 따로 있는 게 아니다. 서로 존중해주는 것, 그것이다. 영화관에서 내 좌석을 떡하니 차지한 관객 때문에 언짢았던 적이 있을 것이다. 그게 기내라면 더더욱 황당하다. 베개 담요 등 나를 위해 깔끔히 정리해둔 새 비품을 흩뜨려 놓아서다. 그런데도 제자리를 찾아가라고 하면 미안한 기색도 안 보이는 승객이 태반이다. 심지어는 원래 내 자리에 대신 앉아 가면 안 되겠느냐는 막무가내도 있다. 출발과 도착 지연 때마다 집단항의하며 환불요구 시위를 벌이는 것도, 승무원과 지상직원을 죄인처럼 다그치는 행동도 자제하자. 미국 유럽 일본에선 절대로 볼 수 없는 ‘행패’다. 이유는 명확하다. 그들이 그걸 책임질 위치에 있지 않고 더더구나 항공사를 대표하지 않아서다.
우리도 이젠 성숙해지자. 탑승 직후 옆 승객에게 “내가 잠들어도 화장실 가고 싶으면 언제든 깨우라”고 먼저 말을 건넬 정도의 배려심도 키우자. 힘든 비행기 여행이지만 그걸 즐겁게 해줄 이, 바로 여러분.
조성하 여행전문기자 summ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