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공청소기를 이용해 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이런 불편을 겪었을 것이다. 첫째, 청소기가 사람이 움직이는 대로 잘 따라오지 않고 모서리에 걸리거나 가구에 부딪친다. 둘째, 청소기가 무거워 허리에 무리가 간다. 셋째, 일부 제품은 집먼지 진드기나 꽃가루, 황사 등 미세 먼지를 말끔하게 제거하지 못한다. 넷째, 먼지봉투를 채용한 청소기는 오래 사용하면 흡입력이 저하된다.
이런 불편함을 해소한 진공청소기는 어디 없을까. 영국 프리미엄 가전 브랜드 다이슨이 새롭게 출시한 진공청소기 ‘DC46’은 청소기 사용자들의 만족도를 높이고자 3년 이상 연구 개발된 제품이다. 과연 실제 성능이나 편의성이 어떠한지 살펴보고자 다이슨 DC46 ‘알러지 파케’ 모델을 사용해보았다. 본 기사는 약 2주 간의 체험기를 담았다.
평범한 청소기는 가라, 기능성을 중시한 디자인
먼지통 헤드 부분 색상은 보라색으로 이 부분이 제품을 돋보이게 했다. 참고로 DC46 알러지 파케 모델의 먼지통 헤드 부분은 보라색이며 DC46 알러지 카본 파이어 모델은 핫핑크다.
이 외에도 국내 청소기와 달리 본체에 전원 버튼이 붙어 있었다. 손잡이 부분에는 전원 버튼이나 강약 조절 스위치가 없었다.
DC46은 생김새만큼 사용 경험도 여느 청소기와 좀 달랐다. 이에 대해서는 아래에서 좀 더 자세히 설명한다.
강력한 흡입력, 알러지 유발 물질까지 제거
청소 성능은 매우 강력했다. 청소를 하며 초미세먼지나 황사, 알러지 유발 물질이 사라지는지를 육안으로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평소 사용하던 진공청소기 대비 성능이 뛰어난 건 확실했다. 청소기가 한 번 지나간 자리는 다시 건드릴 필요 없이 말끔했다. 신발장을 청소하니 굵은 모래부터 미세 먼지까지 거뜬히 빨아들였다. 바닥을 밀며 청소기가 이물질을 빨아들이는 힘을 강하게 느낄 수 있었다. 어린 자녀를 두었거나 애완동물을 키우는 가정에서 사용하면 좋을 것으로 예상된다.
DC46이 강력한 성능을 낼 수 있는 것은 ‘2중 래디얼 사이클론 테크놀러지’가 적용됐기 때문이다. 다이슨은 사이클론(원심력을 이용해 공기를 빠르게 회전시켜 먼지와 공기를 분리하는 장치)을 지속적으로 개발했으며, 사이클론의 크기가 더 작을수록 미세먼지를 효율적으로 걸러낸다는 것을 알아냈다. DC46은 32개의 작은 사이클론이 공기를 빠르게 회전시켜 원심력을 만들어낸다. 이렇게 강력한 원심력을 이용해 먼지를 걸러내기 때문에 흡입력이 강하다. 또한 사이클론을 2중으로 배열해 공기의 흐름을 더욱 원활하게 했다.
참고로 DC46은 먼지봉투가 없는 청소기다. 일반적인 먼지 봉투 진공청소기는 사용할수록 봉투에 먼지가 많이 차고, 그러면 공기가 쉽게 통과하지 못해 청소기의 흡입력이 점점 약해진다. DC46은 먼지봉투 대신 사이클론 방식을 채택해 이런 단점을 보완했다.
청소기 헤드도 돋보였다. DC46 알러지 파케는 ‘듀얼 채널 플로어 툴’을 장착했다. 이 툴은 먼지 흡입구와 에어플로우 채널이 나뉘어 설계돼, 두 면이 각각 움직여 보다 효과적으로 먼지를 제거한다. 가장 좋았던 것은 머리카락이 걸리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본 리뷰어는 머리가 길고 머리카락도 잘 빠지는 편이다. 기존에 사용하던 진공청소기나 무선청소기로 머리카락들을 제거하면 청소 툴에 머리카락이 몇 가닥 걸려 있기 일쑤였다. 하지만 듀얼 채널 플로어 툴에는 브러쉬가 없어 머리카락이 엉키지 않았다.
청소 성능은 만족스러웠으나 몇 가지 아쉬움도 있었다. 우선 청소기 강약을 조절할 수 없는 것이 불편했다. 청소 구역에 따라 강도를 조절하고 싶을 때가 있는데, 이 제품에는 청소기 강약을 조절하는 버튼이 아예 없었다. 또한 청소기 소음이 상당히 컸다. 만약 후속 제품이 나온다면 소음이 좀 더 줄어들길 바란다.
한편, DC46 알러지 파케의 에너지 소비효율 등급은 5등급, 소비전력은 1,100W(와트)다. 에너지 소비효율 등급표시제도는 제품의 에너지 소비효율 또는 에너지 사용량에 따라 1~5등급으로 구분해 제품에 표시하는 것이다. 1등급에 가까울수록 효율이 높고 5등급에 가까울수록 효율이 낮다. 참고로 국내외에서 제조되는 청소기의 에너지 소비효율 등급은 대개 3~5등급이다.
연간 에너지 비용은 약 9,712원으로 다른 청소기에 비해 비교적 저렴하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외에서 제조되는 청소기의 연간 에너지 비용은 약 9,000~1만 5,000원 선이다. 참고로 에너지 소비효율 등급과 연간 에너지 비용은 비례하지 않는다.
이렇게 말 잘 듣는 청소기는 처음이네
앞서 언급했듯이 DC46은 본체에 전원 버튼이 있으며, 손잡이 부분에는 전원 버튼이 없다. 사실 유럽에서 출시되는 청소기는 대개 본체에 전원 버튼이 붙어 있으며, 다이슨은 영국 브랜드다. 또한 다이슨 관계자에 따르면, 손잡이 부분에 전원 버튼이 있는 진공청소기의 경우 전원을 작동하는 센서가 본체부터 손잡이까지 연결된다고 한다. 손잡이는 사용자가 항상 움직이는 부분이다. 그러다 보니 평소 생활하면서 청소기를 잡아당기다 보면 고장이 나기 쉽다. 즉, 전원 버튼이 본체에 있는 것이 안정적이다.
한국 사람이라면 본체에서 전원을 켜고 끄는 것이 어색할 수 있겠지만, 이는 적응의 차이라고 본다. 대개 청소기 전원은 청소를 시작하고 마칠 때만 이용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며칠 지나니 익숙해졌다.
다만, 적응 여부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가령 2030 세대라면 금세 적응하겠지만 5060 세대라면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실제로 어머니는 전원 버튼이 본체에 있는 것이 거듭 불편하다고 말했다. 약 20여 년간 국내 청소기만 사용한 사람 입장에선 이런 생각이 들 수 있다. 사용하려면 허리나 다리를 굽히고 다시 움직여 콘센트에 전원을 꽂고 뽑아야 하는데, 이것이 허리나 다리가 좋지 않은 부모님 세대에는 불편할 수 있겠다.
한편, 청소기 체감 무게가 가벼운 것이 매우 만족스러웠다. 제품 무게는 약 6kg이지만 체감 무게는 약 1kg 정도로 가뿐했다. 이는 모터, 케이블, 전원 스위치 등 100개 이상이 주요 구성 요소들을 볼 안에 완벽하게 장착해 청소기 전체의 무게중심을 낮추었기 때문이다. 반면 다른 청소기의 경우, 무게 중심 설계가 잘못돼 체감 무게도 크고 허리에 무리가 가는 경우가 많았다.
좁은 공간에서도 사용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잘 따라왔으며 장애물과 부딪치지 않았다. 사용하면서 청소기가 제대로 움직이지 않아 불편했던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움직임도 부드러웠다. 신기하기도 했고 속이 다 시원했다. 전원이 불편하다던 어머니도 이 점에는 매우 만족했다. 반면, 다른 청소기의 경우 가구에 부딪치고 문턱을 못 넘고 코너에 걸리기 일쑤였다.
DC46이 안정성이 높은 이유는 ‘다이슨 볼 테크놀로지’가 적용됐기 때문이다. 다이슨 볼 테크놀로지는 본체와 연결된 커프와 볼 내부의 중앙회전축이 제자리에서도 360도 방향전환할 수 있도록 돕는다. 또한 앞서 언급한 것처럼 무게중심과도 관련이 있다. 무게중심을 낮추어 주행 시 안정성을 높인 것이다.
먼지통 청소도 간편했다. 청소기 본체에 먼지통 분리 버튼을 누르니 먼지통을 손쉽게 떼어낼 수 있었다.
그리고 버튼 하나만 누르면 먼지통 아래 뚜껑이 열리며 먼지가 나온다. 뚜껑이 아래에 열려 먼지가 얼굴에 날리지 않으니 위생적이다. 먼지통은 툭툭 털거나 물로 헹구면 된다. 참고로 먼지통 중앙에 있는 필터는 필요 시 꺼내서 물로 세척할 수 있으며 반영구적이다.
이 외에 청소를 마치고 청소기를 세워둘 때 청소기 헤드가 똑바로 고정되는 점도 편리했다. 고정이 잘 되니 보다 깔끔하게 정리해둘 수 있다. 반면, 일부 제품들은 청소기 헤드가 제품에 고정되지 않아 벽에 기대어놓아야 하는 경우가 있다.
가정의 달 5월, 선물받고 싶은 제품
제품 가격은 85만 8,000원으로 다소 비싸다. 하지만 전반적인 품질을 보면 가격을 저렴하게 책정할 수 없는 제품이라 생각한다. 다이슨 본사 직원의 3분의 1은 엔지니어이며(약 2,000여 명) 다이슨은 영업 이익의 절반이 넘는 비용을 연구 개발에 투자하고 있다. 매주 150만 파운드(한화 약 25억 원)를 신제품과 기술 개발에 투자할 정도다. 반면, 통상적으로 다른 회사는 청소기 개발에 엔지니어를 5명 이하 투입한다.
가정의 달 5월이 왔다. 신혼부부 혼수나 가족 선물로 딱 맞는 제품이 아닐까 한다. 선뜻 구매를 결정하기엔 높은 가격이지만, 청소기는 오래 사용하는 가전제품인 만큼 좋은 제품에 투자하는 것도 좋겠다.
글 / IT동아 안수영(syahn@itdonga.com)
※ 포털 내 배포되는 기사는 사진과 기사 내용이 맞지 않을 수 있으며,
온전한 기사는 IT동아 사이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사용자 중심의 IT저널 - IT동아 바로가기(http://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