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방 주류회사 ‘선양’ 조웅래 회장
4차원(4D) 인체 테마파크를 만들기 위해 최근 공장 내에 시험용 체험관을 만든 조웅래 선양 회장은 “주류회사도 콘텐츠로 승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선양 제공
○ 25억 들여 크리에이티브 연구소 설립
대전 충남 지역을 기반으로 한 지방 주류회사 공장에 4D 체험관이 들어선 것은 이례적이다 못해 엉뚱할 정도다. 술과 전혀 관련 없는 이 4D 체험관의 아이디어를 낸 것은 조웅래 선양 회장(53)이었다.
“주류회사가 술만 파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주류회사도 문화 콘텐츠를 만들어야 합니다. 평소 ‘인체의 신비’에 관심이 많았는데 실감 나는 방식으로 체험 학습 콘텐츠를 만들어 보자는 생각을 했습니다. 몇 년 안에 3305m²(약 1000평) 규모의 4D 인체 테마파크를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술은 문화 콘텐츠”라고 외치는 조 회장의 엉뚱한 발상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선양은 21일부터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리는 국내 최대 규모 전자통신 박람회인 ‘월드 IT 쇼’에 최근 내놓은 신제품 칵테일 전용 술 ‘맥키스’를 들고 참가한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전자회사와 벤처기업들 사이에 식음료 업체로 유일하게 서는 셈이다.
조 회장은 “콜라 주스 등 다양한 제품과 섞어 먹는 것이 맥키스의 장점”이라며 “최근 IT업계 화두 중 하나인 ‘콘텐츠 융합’이라는 메시지를 강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기적으로는 맥키스를 대표하는 캐릭터를 홀로그램으로 만들어 무대에 세우고 콘서트를 열 계획도 갖고 있다.
○ “롤모델은 나 자신… 늘 즐거운 일 찾아다녀”
하지만 만족하지 않고 2004년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주류회사 선양을 인수한 것이다. 경남 함안 출신으로 선양의 지역기반인 대전과는 연고가 없고 술 제조 경험도 없어 주변에서 뜯어 말렸다. 하지만 그는 “전화 서비스나, 술이나, 벨소리나 사람들이 좋아할 ‘콘텐츠’를 만들면 통하지 않을까 하는 자신감이 있었다”고 말했다.
대기업 방식으로 유통망을 구축하고 공격적인 마케팅을 하는 대신 그는 “술은 공장에서, ‘안줏거리’는 바깥에서 만들라”고 강조했다. 대전 대덕구 장동 계족산에 14.5km 황톳길을 만들고 ‘맨발 축제’를 열었다. 주말에는 이곳에서 ‘펀펀(Fun Fun)한 클래식’ 공연을 했다. 계족산 황톳길은 최근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하는 ‘5월에 가볼 만한 여행지’로 뽑혔다. 인수 후 2년이 지나자 효과가 나타났다. 2006년 대전에서 30∼40%이던 선양 점유율은 최근 70% 가까이로 올랐다.
“한 해 6억 원을 내고 이런 활동을 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사람들이 좋아하기 때문이죠. 그런 걸 하는 게 기업의 최고 가치 아닐까요?”
올해는 회사 설립 40주년이 되는 해다. 주류회사를 ‘콘텐츠 개발회사’로 바꾼 조 회장은 올해부터 ‘선양’ 대신 새로운 이름을 내세워 글로벌 회사로 도약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롤모델이 궁금했다.
대전=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