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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년전 中 칭화대 여대생 독극물 중독 규명을”

입력 | 2013-05-09 03:00:00

백악관 청원 10만명 넘어 다시 주목
백악관 30일내 공식 답변해야… 中 환추시보도 재조사 촉구




독극물에 중독되기 전인 1994년 중국 명문 칭화대 여학생 주링 씨(왼쪽 사진). 오른쪽 사진은 독극물에 중독된 현재 모습. 온몸이 마비되고 양쪽 눈이 거의 실명됐으며 정신상태는 6세 아이 수준으로 변했다. 사진 출처 바이두

19년 전 발생한 중국 명문 베이징(北京) 칭화(淸華)대 여대생의 독극물 중독 사건이 미국과 중국에서 동시에 주목을 받고 있다. 3일 미 백악관 청원 사이트인 ‘위 더 피플(We the People)’에 이 사건에 관한 호소가 올라왔기 때문이다.

사연은 이렇다. 1994년 칭화대 화학과에 다니던 당시 21세의 주링(朱令) 씨는 독극물인 탈륨에 중독된다. 그녀는 온몸이 마비되고 양쪽 눈이 거의 실명됐으며 정신상태는 6세 아이 수준으로 변했다. 올해 40세가 된 주 씨는 현재 베이징에 살고 있다.

탈륨은 일상생활에서 구할 수 없는 화학물질이어서 누군가 고의로 주 씨를 중독시킨 것으로 추정된다. 유력 용의자로는 주 씨와 기숙사 한 방을 썼던 쑨웨이(孫維) 씨가 지목됐다. 쑨 씨는 탈륨을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고 주 씨에게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쑨 씨는 공안의 조사 후 무혐의로 풀려난다. 쑨 씨의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당시 유력 인사여서 제대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설이 돌았다. 쑨 씨는 이후 ‘재스민 쑨’으로 개명한 뒤 미국으로 건너가 살고 있다고 한다.

이 사건은 올 4월 상하이(上海) 푸단(復旦)대 의대 박사과정의 남학생이 룸메이트에 의해 독살당하면서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중국 누리꾼들은 인육수색(人肉搜索·인터넷 신상털기)을 통해 쑨 씨를 추적했다. 중국 유명 연예인들도 앞다퉈 재조사를 촉구했다.

3일 ‘위 더 피플’에 올라온 청원은 억울한 사연을 호소하고 사건 재조사와 쑨 씨를 중국으로 추방할 것 등을 요구했다. 이 청원에는 8일 오후 현재 약 14만 명이 서명했다. 규정에 따르면 청원 서명자가 10만 명을 넘으면 백악관은 30일 내에 답변을 해야 한다. 서명자 중 상당수는 중국인으로 알려졌다.

현재 쑨 씨가 미국에 살고 있는지는 불확실하다. 쑨 씨도 과거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한 바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쑨 씨는 2005년 인터넷에 글을 올려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그녀는 “나 자신도 희생자”라며 “누구보다 이 사건이 해결되기를 바란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물론이고 중국에서도 이 사건의 재조사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진다. 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의 자매지 환추(環球)시보는 7일 재조사를 촉구하면서도 “쑨 씨를 미리 범인으로 단정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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