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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남양유업 사건, 갑을관계 정상화하는 계기로

입력 | 2013-05-09 03:00:00


소비자들의 남양유업 제품 불매운동이 확산되는 가운데 GS25 CU 세븐일레븐 등 3대 편의점의 점주 연합회까지 불매운동에 가세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를 조사 중이다. 남양유업은 판매량과 함께 주가가 폭락하고 있다. 그제 국회에서 열린 부당거래 사례발표회에서는 제과 자동차 화장품 등의 대리점사업자들이 직접 겪은 경험을 증언하기도 했다.

남양유업 영업사원의 욕설 녹취 파일은 일부 대리점주가 “물품을 불법 강매했다”며 본사와 고소 고발전을 벌이는 과정에서 흘러나왔다. 대리점주들이 힘든 상황을 호소하기 위해 3년 전 파일을 공개한 것으로 보인다. 점주들은 영업직원이 대리점주에게 떡값을 요구하는 녹취록을 추가 공개했다. 검찰은 남양유업의 본사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이 사건은 한 기업이나 한 사원의 돌출 행동이 아니다. 본사가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 대리점에 판매 목표를 부과하고 밀어내기를 강요하는 행태는 식품 화장품 타이어 등 업종을 가리지 않고 성행하고 있다. 공정거래법 제23조와 시행령은 해서는 안 될 ‘거래상 지위의 남용’ 유형으로 이번에 문제가 된 구입 강제, 판매목표 강제 등을 적시해 놓고 있다. 그럼에도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지 못하는 것은 대리점주가 사업 포기를 각오하기 전에는 본사와 맞상대를 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본사와 대리점, 임대인과 임차인, 고용주와 고용인 등 수많은 갑을(甲乙) 관계가 존재한다. 필요에 의해 만났으므로 서로 존중해야 하는 관계다. 그러나 수평적 관계가 아니라 상하(上下), 심지어 주종(主從)관계로 변질되곤 한다. 지난 대선 때 경제민주화가 화두(話頭)가 된 데는 ‘갑의 횡포를 더는 참을 수 없다’는 사회적 분위기도 한몫했다. 갑도 을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무장한 시대에 적응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다.

대기업 스스로 잘못된 관행을 시정하는 게 먼저다. 까딱 잘못하면 기업이 존폐 기로에 내몰릴 수 있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부당 횡포를 고발해도 과태료 몇 푼 내라는 솜방망이 처벌이 반복돼선 안 된다. 불법행위로 얻는 이익보다 더 큰 불이익을 받도록 해야 한다. 을도 협상력을 길러야 한다. 법이 갑과 을의 관계까지 바꿔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은 남양유업이라는 기업 하나 때리기로 끝날 일이 아니다. 갑을 관계전반을 정상화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