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속에 흩어진 워커힐의 별장식 빌라는 정치인들의 극비 모임 장소로 선호됐다. 1999년 7월 17일 당시 김대중 대통령과 김종필 총리는 신당 창당문제를 놓고 이곳에서 극비리에 만났다. 뒤늦게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DJP 워커힐 회동’이 신문 1면을 장식했다. 1997년 4월 당시 김영삼 대통령의 차남 김현철 씨가 한보 비리와 관련해 국회청문회에서 증언한 뒤 사람들 눈을 피해 권영해 안기부장과 회동한 곳 역시 워커힐 빌라였다.
▷역삼각형 형태의 레스토랑 건물은 이 호텔의 명물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건축가 김수근(1931∼1986)이 설계한 국내 첫 노출콘크리트 양식의 건축물이다. 지난 연말 역사 속으로 사라졌으나 ‘워커힐 쇼’도 오랫동안 워커힐을 대표한 아이콘이었다. 1963년 4월 8일 호텔 개관 기념으로 미국가수 루이 암스트롱의 내한공연과 함께 시작됐다. 저녁식사를 하면서 공연도 즐기는 극장식 쇼, 깃털 달린 의상을 입은 푸른 눈의 무희들이 현란한 춤을 추는 무대는 90년대 중반까지 큰 인기를 누렸다.
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