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석영은 의혹이 일자 본인은 전혀 몰랐던 일이라며 책의 절판에 이어 출판사를 상대로 명예훼손 소송을 내겠다고 밝혔고, 해당 출판사 대표는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에 앞서 SBS 시사프로그램 ‘현장21’은 7일 방송에서 자음과모음이 펴낸 ‘여울물 소리’를 비롯해 김연수의 장편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과 백영옥의 장편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시 조찬모임’에 대한 조직적인 사재기 의혹을 제기했다.
소설가 김연수(43)는 “출판사가 사재기한 사실도 몰랐고, 제 책을 사재기할 이유도 없다고 생각했다. 나중에 편집자에게 물었더니 사재기 사실을 인정했다. 제 책을 절판하고 (배포된 책은) 회수해 달라고 부탁했다”고 말했다.
사재기 의혹이 확산되자 강병철 자음과모음 대표는 8일 보도자료를 내고 “어떠한 유형의 변명도 하지 않겠다. 대표로서의 모든 권한을 내려놓겠다”고 밝혔다. 이 출판사에 다니던 황석영의 딸은 2개월 전 그만둔 것으로 알려졌다.
직원들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는 3개월 안에 전문경영인을 선출해 타개책을 마련할 계획이지만 강 대표가 서울 서교동 사옥 매각 방침까지 밝혀 당장 사무실 공간부터 마련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이 출판사의 사재기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8월 사재기 감시기구인 출판물불법유통신고센터는 자음과모음이 2011년 출간한 남인숙의 ‘어쨌거나 남자는 필요하다’에 대해 ‘사재기 의심’ 결정을 내렸다(본보 2012년 8월 29일 A13면). 당시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를 바탕으로 300만 원의 과태료 처분을 내렸지만 출판사는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까지 냈으나 올 2월 패소했다.
한편 420여 개 출판사가 참여하는 한국출판인회의는 8일 ‘사재기를 통한 베스트셀러 조작에 관련한 입장’이란 제목의 보도자료에서 “사재기는 명백한 범죄행위”라며 “처벌 조항이 과태료가 아닌 벌금형으로 엄격히 강화될 수 있도록 법·제도 개선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