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에 학비고생 부모님께 죄송하고… 의원들 반값등록금 침묵 야속해서…”30세 미대 복학생 정종환씨 설치… 철거 요구에 실랑이 끝 직접 부숴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 미대 졸업반 정종환 씨가 조각해 세워놓은 ‘가슴 뚫린 얼음상’. 등록금 마련을 걱정하는 대학생의 막막한 심정을 표현했다고 한다. 정종환 씨 제공
얼음상 제작자는 국민대 미대 회화과 졸업반인 정종환 씨(30·사진). 그는 광주에서 조그만 해장국집을 운영하며 뒷바라지를 하고 있는 부모님에게 죄송하고 고마운 마음에서 어버이날 선물로 얼음상을 직접 깎았다고 했다. “해마다 나이만 먹고, 효도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제 마음을 담았습니다. 카네이션은 왠지 공허해서요.” 그런데 왜 하필 국회 앞에 설치했고, 가슴은 뻥 뚫어놨을까.
“정치권이 총선이나 대선 때만 해도 반값등록금을 이뤄주겠다고 했잖아요. 그런데 올해 들어서는 반값등록금 이야기는 조금도 나오지 않더라고요. 야속했습니다.” 정치인들이야 반값등록금이라는 공수표를 남발하고 ‘나 몰라라’ 해도 그만이겠지만, ‘혹시’ 하고 일말의 희망을 품었던 대학생들은 다음 학기 등록금을 마련하느라 가슴을 도려내는 느낌을 받았다는 설명이었다. 막막한 대학생의 심정을 구멍 난 가슴으로 표현했다는 것이다.
얼음상이 설치된 지 30분 정도 지났을까. 국회 방호원들이 달려 나와 얼음상을 치우라고 재촉하기 시작했다. 정 씨는 약간의 실랑이를 벌이다 밤을 새워 조각한 작품을 스스로 허물어뜨렸다. 동강난 머리, 가슴, 다리가 인도 위에 널브러졌다. ‘국회의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고 묻자 정 씨는 “살려주세요. 먹고살게 도와주세요”라고 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