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미정상 “北 위협→보상 끝났다”
통역없이 백악관 ‘산책 회동’ 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 시간) 정상회담 후 통역 없이 백악관 건물 밖의 로즈가든 옆 복도를 산책하며 대화하고 있다. 둘 만의 산책은 10여 분간 이어졌다. 대화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두 정상의 가족 이야기 등이 주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오바마 대통령은 공동기자회견에서 “북한이 미국과 한국 관계에 틈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오늘 정상회담이 북한의 실패를 증명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박 대통령은 굉장히 강하고 분명하게 상황 파악을 하고 있다. 분쟁이나 갈등을 원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쩔 수 없는 경우도 있다는 지혜를 갖고 있다”며 박 대통령에 대한 강한 신뢰를 드러냈다.
오바마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에 대해서는 “대화를 나눠 보지 않아 개인적으로 알지 못한다”면서 “지금까지 보여준 행동으로 평가해 볼 때 도발적이고 막다른 골목까지 가는 상황을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지금까지 북한이 강성대국의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면 김정은이 과거를 되돌아보고 다른 길을 선택해야 한다”며 “행동의 변화가 있다면 우리는 열려 있다. 이것이 박 대통령과 나의 접근 방식”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분명히 북한이 변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국제사회가 일관되게 한목소리를 냄으로써 북한이 변하지 않으면 안 되는, 전략적 선택을 할 수밖에 없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또 “북한이 우리 군에 어떤 도발을 할 때 나는 군의 판단을 전적으로 신뢰한다”며 즉각 대응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북한 문제와 관련한 두 정상의 공통된 인식은 정상회담 뒤 발표한 ‘한미동맹 60주년 기념 공동선언’에 그대로 반영돼 있다. 공동선언에서는 ‘박 대통령이 주창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등을 통해 북한이 국제사회의 의무를 준수하도록 함과 동시에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증진시키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 나간다’고 명시돼 있다.
박 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에게 “동북아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서는 일본이 올바른 역사 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일본의 왜곡된 역사 인식에 대한 박 대통령의 문제 제기에 공감을 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동선언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한미동맹이 아시아 태평양 지역 평화와 안정의 핵심 축(linchpin·린치핀)’이며 ‘한미 양국은 21세기 아시아 미래의 공동 설계자’라는 표현이다. 린치 핀은 지금까지 주로 미일동맹에 쓰였던 것으로 한미 간 공식문서에 들어간 것은 처음이다. ‘아시아로의 귀환(Pivot to Asia)’ 정책을 내세우며 대아시아 정책을 강화하고 있는 미국이 협력 파트너의 무게 추를 일본에서 한국으로 옮기고 있다는 의미다.
워싱턴=이재명 기자·윤완준 기자 egij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