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증시 사상 첫 1만5000 돌파… 日도 리먼사태 이전 복귀 주요국 부양책에 경기회복 기대 높아져… 코스피는 3월 2000 붕괴 뒤 게걸음
미국 유럽 일본 등 세계 주요국 증시는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 치우며 고공 행진을 이어 가고 있다. 세계 각국이 앞다퉈 양적완화를 통해 돈다발을 풀며 경기 부양책을 쏟아 내자 경기회복 기대감에 글로벌 자금이 대거 몰려든 덕분이다.
하지만 한국 증시는 이런 상승 흐름에서 소외됐다. 세계시장의 주요 경쟁자인 일본 기업들이 엔화 약세 효과로 승승장구하면서 우리 기업들의 실적이 부진하기 때문이다. 한국 증시의 상승세를 이끌 만한 동력이 없어 이 같은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우려된다.
7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87.31포인트(0.58%) 뛴 15,056.20에 거래를 마쳤다. 3월 5일 14,253.77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뒤 두 달여 만에 ‘15,000 고지’를 돌파하며 미 증시의 새 역사를 쓴 것.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도 0.52% 오른 1,625.96으로 마감하며 사상 최고치를 갈아 치웠다.
유럽에서도 독일 DAX30 지수가 약 5년 4개월 만에 사상 최고치를 갈아 치웠다. 독일의 3월 산업생산 주문이 시장 예상과 달리 2.2% 증가했기 때문이다. 유럽지수인 스톡스유럽600 지수도 2008년 6월 이후 최고 수준으로 올랐다. 8일(현지 시간)에도 영국, 프랑스 등 유럽증시는 일제히 0.2∼0.5% 상승 출발했다.
일본 닛케이평균주가는 7일 4년 11개월 만에 14,000엔을 돌파한 데 이어 8일 0.74% 오르며 2008년 6월 6일(14,489.44엔) 이후 약 5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중국 등 아시아 증시도 8일 일제히 상승세로 마감했다.
이처럼 글로벌 증시가 승승장구하는 배경에는 각국 중앙은행이 시중에 돈을 풀어 경기를 떠받치는 정책이 있다. 미국 일본 유럽이 모두 양적완화 정책을 이어 가는 가운데 호주중앙은행도 7일 예상을 깨고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렸다. 영국 중앙은행인 영국은행도 9일 열리는 통화정책 회의에서 자산 매입을 지속해 시중에 돈을 풀 것으로 예상된다. 주춤했던 각국 경제지표가 호조로 돌아서며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한국 증시는 투자심리가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는 모습이다. 기업들의 실적이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 데다 북한 리스크가 연이어 터졌고, 기준금리 인하를 둘러싸고 정부와 한국은행의 불협화음이 커진 데 영향을 받았다.
윤창용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엔화 약세라는 외부 요인에다 가계부채, 북한 리스크라는 대내적인 불안 요소까지 겹쳐 한국 경제가 사면초가에 빠졌다”라며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의 정책 대응은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송충현 기자·뉴욕=박현진·도쿄=박형준 특파원 balg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