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렉스 퍼거슨 맨유 감독 은퇴 선언
그러나 이제 열정적으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를 지휘하는 퍼거슨의 모습을 볼 수 없다. 퍼거슨은 8일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2012∼2013시즌이 끝나면 현장에서 물러나 구단 이사로 활동하게 됐다”고 밝혔다. 1986년 맨유의 지휘봉을 잡은 이후 햇수로 28년째다. ‘권불십년(權不十年)’이라지만 퍼거슨은 강산이 세 번 변할 동안 꾸준히 맨유 팬들의 사랑을 받으며 장기 집권에 성공했다.
퍼거슨 리더십의 핵심은 ‘엄격함’이다. 그는 선수들이 정해진 규칙에 따라 움직이길 원한다. 경기 전날 파티를 벌인 선수, 과음으로 훈련에 지각한 선수에게는 가차 없이 처벌을 내린다. 팀의 주축 선수라도 예외가 없다. 맨유의 간판 공격수 웨인 루니는 2011년 12월 코칭스태프 몰래 훈련장을 빠져나간 뒤 가족과 함께 외식을 즐겼다가 거액의 벌금을 물기도 했다.
퍼거슨은 ‘심리전의 고수’다. “팀보다 중요한 선수는 없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그는 아무리 뛰어난 선수라도 팀워크를 해친다고 생각되면 쓰지 않는 ‘냉정함’을 보였다. 데이비드 베컴은 2003년 아스널과의 FA컵 하프타임 때 퍼거슨과 말다툼을 벌였고, 퍼거슨은 축구화를 걷어 차 베컴의 얼굴에 상처를 입혔다. 결국 베컴은 그해 6월 레알 마드리드(스페인·레알)로 이적했다. 퍼거슨에게 반기를 들거나 동료를 비난한 선수는 어김없이 버려졌다. 그러나 선수가 진정으로 잘못을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면 퍼거슨도 ‘따뜻한 큰형님’으로 변한다.
퍼거슨은 맨유의 사령탑에 머무는 동안 핵심 선수의 이적으로 인해 수차례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그는 ‘변화에 대한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고 뛰어난 위기 대처 능력으로 돌파구를 찾았다. 2009년 팀의 에이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레알로 이적했을 때는 루이스 나니 등 호날두의 그늘에 가려 있던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심어 줘 공백을 메웠고, 지난해 주전 미드필더의 부상으로 위기가 왔을 때는 은퇴한 미드필더 폴 스콜스를 복귀시키는 결단력을 보여 줬다.
한편 퍼거슨의 후임으로는 여러 명이 거론되고 있지만 데이비드 모예스 에버턴(잉글랜드) 감독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