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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엔의 강펀치

입력 | 2013-05-09 03:00:00

원-엔 환율 4년8개월만에 1100원 붕괴, 세계증시는 급등… 美다우 사상 최고치




100엔당 1100원 선이 붕괴되면서 원-엔 환율이 4년 8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세계 각국이 양적완화와 금리인하 등을 통한 무한(無限) 환율전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한국 상품의 국제 가격경쟁력이 악화돼 수출기업들이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된다.

8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오후 3시 현재 원-엔 환율은 100엔당 1097.81원으로 전날보다 1.70원 하락했다. 원-엔 환율이 1100원 아래로 떨어진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의 신호탄이 됐던 2008년 9월 리먼브러더스 파산 사태 때 이후 처음이다.

엔화 약세의 영향으로 일본 기업들의 수출경쟁력이 높아지면서 일본의 최대 기업 도요타자동차는 지난 회계연도(2012년 4월∼2013년 3월) 영업이익이 5년 만에 1조 엔을 넘어서며 전년의 3.4배 수준으로 급증했다.

원-엔 환율의 급락은 북한 리스크로 상승하던 원-달러 환율이 선진국의 경기지표 개선으로 하락(원화가치는 상승)한 데다 달러당 100엔 선을 앞두고 주춤했던 엔화 약세가 최근 가속화된 데 따른 것. 이날 원-달러 환율은 외환시장의 쏠림 현상을 우려해 정부가 구두개입을 했는데도 전날보다 4.90원 내린 1086.50원에 거래를 마쳐 2개월여 만에 달러당 1090원 선 밑으로 하락했다. 반면에 지난달 말까지 달러당 97엔 선을 유지하던 엔-달러 환율은 이날 오후 4시 현재 98.85엔까지 상승했다.

원-엔 환율의 급격한 하락은 저성장 우려가 커지고 있는 한국 경제에 대형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원-엔 환율이 10% 하락하면 수출액이 2.4%포인트 축소될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유럽중앙은행(ECB) 호주 인도 등 주요국들이 잇달아 기준금리를 인하하고 미국, 일본처럼 자국 경기부양에 나섬에 따라 한국 거시정책 당국의 경제 리더십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끄는 경제팀은 엔화 약세에 대해 뚜렷한 대응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고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기준금리 인하 여부를 놓고 정부와 엇박자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7일(현지 시간) 미국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15,056.20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고, 일본 닛케이평균주가도 4년 11개월 만에 14,000엔을 돌파했다. 이에 비해 연초 2,030 선에서 개장한 국내 증시는 이날 1,956.45로 마감돼 뒷걸음질 했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거시경제실장은 “세계 각국이 자국 경제 부양을 위해 과감한 정책을 쏟아내는 가운데 엔화 약세가 가속화되면 한국 경제에는 막대한 타격이 우려된다”며 “정부의 강력한 경제리더십이 중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문병기 기자·뉴욕=박현진 특파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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