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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에 쏙 들어오는 목소리의 비밀은?

입력 | 2013-05-09 03:00:00

[신문과 놀자!/고희정 작가의 과학 돋보기]
音높낮이-세기-음색 분석하면 소리의 정체를 밝힐 수 있어요




“당신의 이상형은 무엇입니까?” 연예 정보 프로그램에서 흔히 하는 질문입니다. 많은 여자 연예인은 목소리 좋은 남자를 꼽는데, 대체적으로 중저음의 목소리를 선호합니다. 목소리는 외모와 함께 사람의 첫 이미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동아일보 4월 23일자 A23면에 실린 기사(광고가 사랑하는 목소리 스타)를 보니, 광고에도 귀에 쏙 들어오는 목소리가 있다고 하네요. 사람마다 목소리가 다른 이유는 무엇일까요? 또 소리는 어떻게 우리 귀에 전달될까요? 오늘은 소리의 원리에 대해 알아보기로 해요.

○ 목소리는 어떻게 나올까

손을 목에 대고 소리를 내 보세요. 소리를 낼 때마다 떨림이 느껴지죠? 소리가 나오는 이유는 성대가 진동하기 때문입니다. 성대는 후두를 앞뒤로 가로지르는 두 개의 점막주름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허파에서 나온 공기가 이 주름을 통해 후두를 지나면서 진동을 만들어냅니다. 이 진동이 인두와 구강과 비강을 지나면서 커지고 입술을 빠져나가면서 소리를 만듭니다.

묵직하고 차분한 저음의 목소리를 가진 사람과 가볍고 경쾌한 고음의 목소리를 가진 사람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소리의 높고 낮음은 물체가 1초 동안 몇 번을 진동하는지, 즉 진동수(주파수)에 따라 달라집니다. 단위는 Hz(헤르츠)입니다. 독일 물리학자인 헤르츠를 기념해 붙인 이름이죠. 1Hz는 초당 1회 진동한다는 뜻입니다. 초당 440회를 진동하면 진동수는 440Hz가 되는 겁니다.

진동수가 많을수록, 즉 1초 동안 더 많이 진동할수록 높은 소리가 납니다. 실로폰을 쳐 보면 짧은 금속판이 긴 금속판보다 더 높은 소리가 납니다. 금속판이 짧고 가벼울수록 빠르게 진동하니까요. 기타 줄 역시 가벼울수록, 또 길이가 짧을수록 높은 소리가 납니다.

사람마다 성대의 굵기와 길이가 다르니까 목소리의 높낮이가 달라집니다. 성대가 굵고 길수록 낮은 소리가, 가늘고 짧을수록 높은 소리가 나죠. 일반적으로 남자는 여자나 어린이보다 성대가 굵고 길어서 더 낮은 소리가 납니다.

사춘기가 되면 여러 가지 호르몬의 영향으로 신체가 급격하게 커집니다. 이때 후두도 성 호르몬의 영향으로 커집니다. 이 시기에 남자는 여자에 비해 성대가 2∼3배 길어집니다. 그래서 변성기가 지나면 남자는 여자보다 더 굵고 낮은 목소리를 갖습니다.

빨대 피리를 만들어 불면 소리의 높낮이와 진동수의 관계를 눈으로 볼 수 있습니다. 빨대 속 공기가 진동하면서 소리가 나는데, 빨대 길이가 짧아질수록 높은 소리가 납니다. 빨대 길이가 짧을수록 공기가 오가는 관의 길이가 짧아지니까 진동수가 커지고, 그래서 높은 소리가 납니다. 진동수가 커지는 현상은 빨대 끝에 붙인 OHP 필름의 움직임이 빨라지는 모습으로 확인됩니다.


○ 목소리는 어떻게 전달될까

내 입에서 나간 소리는 파동 형태로 퍼져 나갑니다. 물에 돌을 던지면 물결이 동그란 모양의 파동으로 퍼져 나가듯이 말이죠. 그래서 소리를 음파라고 합니다. 이런 음파를 전달하는 물질을 매질(媒質)이라고 합니다. 물 공기 금속 나무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매질이 없는 상태, 즉 공기가 없는 진공 상태에서는 소리가 전달되지 않습니다. 우주에서는 소리를 전달할 공기가 매우 희박해서 소리가 잘 안 들립니다.

매질을 통해 다른 사람의 귀에까지 전달된 진동은 고막을 진동시키고, 달팽이관으로 전달됩니다. 달팽이관 안에서 파동을 일으키는 음파는 코르티기의 유모세포에서 전기적 에너지로 바뀌어 뇌로 전달됩니다. 이러면 상대방이 내 목소리를 인식하는 겁니다.

소리는 1초에 340m의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전달됩니다. 공기보다 물속에서, 그리고 그보다는 나무나 쇠 같은 고체에서 더 빨리 이동합니다. 고체 내 분자가 기체 내 분자보다 더 가까우니까 진동에 더 빨리 반응합니다. 기차가 멀리서 다가오는 모습을 보다 빨리 알려면 쇠로 만든 기찻길에 귀를 대고 들어보면 됩니다. 기체인 공기보다 고체인 쇠에서 진동이 더 빨리 전달되니까요.

목소리의 특징을 결정하는 데는 소리의 높낮이뿐만 아니라 세기와 음색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이 세 가지를 ‘소리의 3요소’라고 합니다.

소리의 상대적인 크기를 세기라고 하는데, 정상적인 귀로 들을 수 있는 가장 작은 소리를 0dB(데시벨)로 정하고, 10배씩 세기가 세질 때마다 10dB씩 올려 부릅니다. 그러니까 20dB은 0dB보다 100배 큰 소리죠. 낙엽이 떨어지는 소리는 10dB 정도, 말하는 소리는 50∼70dB, 그리고 공사장 소음처럼 참기 힘든 소리는 100dB 정도 됩니다. 음색은 음의 성분 차이에서 생기는 감각적 특성을 말합니다. 같은 높이의 음을 같은 크기로 내도 발음체의 차이나 진동 방법에 따라 음이 지니는 감각적인 성질에 차이가 생깁니다.

높낮이 세기 음색, 이 세 가지를 분석하면 소리의 정체를 알아낼 수 있습니다. 사람마다 지문이 다 다르듯 목소리의 지문 즉 성문(聲紋)이 다릅니다. 사람 목소리인지 동물 소리인지, 남자인지 여자인지, 어른인지 어린이인지, 고향이 어딘지, 말할 때 버릇은 무엇인지까지 알아낼 수 있습니다.

경기 남양주시 프라움악기박물관에 가면 관악기 현악기 타악기 건반악기 등 여러 가지 악기가 소리를 내는 원리를 알려줍니다. 악기체험실에서는 기타 드럼 아코디언 등 여러 악기를 연주할 수 있습니다. 클래식 연주회, 해설이 있는 어린이 음악회 등 다양한 체험 역시 가능합니다.

강원 강릉시 참소리축음기에디슨박물관은 1877년 에디슨이 발명한 세계 최초의 축음기 ‘틴호일’을 비롯해 여러 축음기, 라디오, 텔레비전 등 소리와 관련된 기기를 전시합니다. 이런 기기는 지금도 생생하게 음악을 들려줍니다. 음향기기의 역사와 작동 원리를 배울 수 있습니다.

고희정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