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 8년 날려 얼떨떨… 구월령 재출몰 반겨주세요
최진혁은 “이번 작품에서 소속사 사장이자 선배인 정우성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레드브릭하우스 제공
“드라마에 출연하기 전에는 몇몇 여성만 알아보는 정도였죠. 이제는 어른들과 아이들도 ‘와! 구월령이다’라고 외쳐요. 저도 신기해요.”
최진혁은 ‘구가의 서’ 1, 2회에서 지리산을 지키는 수호령으로 등장했다.
최진혁은 그렇게 극에서 하차했지만 ‘월령앓이’란 말이 생겨날 정도로 큰 인기를 모았다. 시청자 게시판에는 구월령의 재등장을 요청하는 글이 빗발쳤고, 결국 제작진은 최진혁을 다시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저도 구월령이 천년악귀가 됐는지, 어떻게 됐는지 몰라요. 제 생각에는 천년악귀로 다시 등장할 것 같은데…. 제가 아는 게 있다면 시청자들이 구월령의 재등장을 기대한다는 걸 제작진도 파악하고 있다는 거예요.(웃음)”
농담을 할 만큼 여유가 생긴 최진혁은 드라마가 방영되기 전 ‘원형탈모’ 증상을 겪었다. 드라마에 대한 부담 탓에 심한 스트레스를 받은 것. “구월령을 연기하며 ‘그만둘까’라는 고민을 했어요. 너무 어렵더라고요. ‘발연기’라는 수식어가 붙을까 봐 조마조마했죠. 드라마의 시작을 잘 이끌어야 한다는 책임감도 무거웠고요. 머리카락이 한 움큼씩 빠졌어요.”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게 최진혁은 2회 안에 모든 것을 다 보여줘야 했다. 남자 구미호라는 독특한 캐릭터 설정부터 윤서화와의 사랑이야기 등 초반 흐름을 어색하지 않게 풀어가야 했다.
최진혁은 여배우들과의 관계에 어려움을 느끼는 이유에 대해 털어놨다.
“제가 누구와도 쉽게 친해지는 성격이거든요. 그런데 여배우들은 조심스러워요. 순수하게 친해지려는 의도에서 여배우에게 전화번호를 물어본 적이 있는데 다른 사람들에게 ‘최진혁이 내 연락처를 땄다’고 말하더라고요. 민망했어요. 여배우들과는 시간을 두고 자연스럽게 친해져야 한다는 걸 깨달았죠.”
그는 오랜 무명 생활을 보내며 현실에 충실한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도 깨달았다. 그냥 얻어지는 건 없음을 알게 됐다.
“무명 시절 가구 일을 도우며 생활비를 벌었어요. 연기로 돈을 벌고 싶었는데 그렇게 되지 않더라고요. ‘다들 강동원과 김래원을 닮아 뜰 것 같다’고 말해줘 자신만만했거든요.(웃음)”
“최근 어머니와 사소한 일로 다퉜어요. 그래도 친구들을 만나실 때면 꼭 전화를 해요. ‘너 또 언제 나오니’라면서요. 아들 자랑이 좋으면서 티 안 내는 게 눈에 보여요.”
원수연 동아닷컴 기자 i2overyo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