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을 연고로 하는 프로야구 9번째 심장 NC의 선수들이 4월 11일 잠실에서 LG를 상대로 역사적인 첫 승을 거둔 뒤 코칭스태프의 축하를 받으며 더그아웃으로 돌아오고 있다.
9번째 심장의 탄생
엔씨소프트는 2011년 8월 구단의 정식 명칭을 NC다이노스로 정했다. 공룡 구단의 초대 감독으로는 김경문 전 두산 감독이 선임됐다. 김 감독은 9월 취임 기자회견에서 “1군에 참여하는 2013년에는 승률 5할과 4강을 목표로 ‘형님들(기존의 8개 구단)’을 괴롭히는 팀이 되겠다”고 했다. 하지만 2013시즌 NC의 1군 무대 진입 여부를 놓고 기존 구단의 의견이 갈렸다. 일부 구단은 “NC가 내년 1군에서 팬들이 만족할 만한 경기를 보여줄지 의문이다”며 우려했다. “대기업은 몰라도 현실적으로 중소기업이 프로야구단을 운영할 수 없다”고 말한 구단도 있었다. NC가 퓨처스리그(2군)에 데뷔하기도 전이었다.
NC는 말보다 행동으로 자격을 입증했다. 2012년 퓨처스 남부리그 우승을 차지한 NC는 60승 5무 35패로 승률 0.632를 기록했다. 2군에서 압도적인 실력을 뽐내진 못했지만 안정적으로 승리를 쌓았다. 신생구단 NC에 대한 기대감으로 출발한 프로야구는 2012시즌 700만 관중을 돌파했다. 8개 구단들도 아홉 번째 심장을 인정했다.
NC는 4월 2일 안방인 창원 마산구장에서 1군 무대에 첫선을 보였다. 창원 팬들의 열기는 대단했다. 인터넷으로 판매된 입장권은 일찌감치 동났다. 현장에서 표를 구하지 못한 한 야구팬은 분을 삭이지 못하고 매표소에 벽돌을 던지기도 했다. 모기업인 엔씨소프트는 전체 직원의 절반(1100여 명)을 원정 응원단으로 파견했다.
개막전 상대는 공교롭게도 마산구장을 안방으로 사용했던 롯데였다. 과거에 “마”를 외치던 1루 관중석에서는 “쫌”이라는 새 응원 구호가 터져 나왔다. 창원 팬들은 목이 터져라 기를 불어넣었지만 NC 선수들은 기대에 보답하지 못했다.
경기 시작 전 김경문 감독은 “우리 팀 몇몇 선수를 빼고는 대부분이 만원 관중 앞에서 경기를 처음 치른다”며 걱정했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NC는 개막전에서 2안타에 그치며 롯데에 0-4로 졌다. 개막전은 시작에 불과했다. 거듭되는 연패 속에 NC는 호된 신고식을 치러야 했다.
역사적인 첫 승
NC는 8경기 만에 역사적인 창단 첫 승을 신고했다. 4월 11일 잠실에서 LG를 상대로 4-1 승리를 거두며 7연패에서 탈출했다. 승리의 일등공신은 지난해 퓨처스리그에서 다승(15승), 평균자책(1.55), 탈삼진(100개)에서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한 투수 이재학이었다. 이재학은 6이닝 무실점 호투로 LG 타선을 첫 승의 제물로 삼았다.
일곱 번째 구단이었던 빙그레는 1986년 3연패 뒤 창단 첫 승을 거뒀다. 1991년에는 신생팀 쌍방울이 빙그레와의 첫 경기에서 11-0으로 대승을 거두며 파란을 일으켰다. NC는 앞선 두 팀에 비해 다소 늦은 감이 있다. 이날 김경문 감독은 “가슴이 뭉클하다. 1승의 귀중함을 느꼈다”며 “포스트시즌에 올라가는 것 같은 기분”이라고 말했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