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취리히에 MCM매장 연 ‘K패션 전도사’
스위스 취리히에 MCM 플래그십스토어를 연 김성주 성주그룹 회장은 “MCM처럼 디자인과 품질, 합리적 가격을 내세우는 ‘어포더블 럭셔리’ 브랜드가 앞으로 더욱 빛을 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MCM 제공
MCM 매장이 들어선 취리히의 뮌스터호프 거리는 유럽과 미국의 유명 패션 브랜드 매장이 즐비한 곳이다. 이 거리에서도 가장 ‘명당’으로 꼽히는 곳에 매장을 낼 수 있었던 것은 김 회장의 ‘현장 경영’이 빛을 발한 결과다. 김 회장은 1년에 평균 80회가량 외국행 비행기를 타며 세계를 누비고 있다.
김 회장은 1976년 독일 뮌헨에서 탄생한 MCM을 2005년 인수했다. 쇠락해가던 MCM은 이후 32개국 120개 매장에서 팔리는 글로벌 브랜드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그는 직원들에게 “나라를 생각하자”는 말을 자주 한다. 한국이 부(富)와 문화가 아시아에 집중되는 ‘아시아 르네상스’를 주도하는 핵심 국가 중 하나인 만큼 기회를 잘 활용하자는 의미다.
김 회장은 지난달 30일 한국 여성 최초로 영국 상원에 연사로 초청됐을 때도 “영국이 문화의 중심이란 착각을 벗어던지라고 조언했다”고 전했다.
“저를 연사로 소개한 외교부 국장이 ‘영국에는 한국에 수돗물이 나오는지 잘 모를 정도로 한국에 무지한 사람이 많다’고 하기에 ‘한국에 수도가 없을지도 모르지만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있지 않으냐’고 받아쳤습니다. 문화의 중심이 한국으로 넘어왔는데도 모르고 있는 걸 반성하라는 뜻에서였죠.”
지난 대통령선거 당시 박근혜 후보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던 김 회장은 기업 총수들이 대거 출동한 박 대통령의 이번 방미 길에 동행하지 않았다. 김 회장은 “영국 상원 연설과 옥스퍼드대 공개 강연, 취리히 매장 오픈 일정이 이어져 참석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선거운동 기간에 박 대통령을 ‘그레이스 언니’라고 부르기도 했다고 전했다. ‘그레이스’는 박 대통령 이름의 ‘은혜 혜(惠)’를 따서 김 회장이 만든 영어 이름이다.
그러나 그는 “앞으로는 비즈니스에만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선거운동 내내 고수했던 붉은색 립스틱과 빨간 운동화도 지양하고 있다”며 선을 그었다. 붉은색은 새누리당의 상징 색이다.
MCM은 선거운동 기간 정치적 반대세력의 불매운동 영향으로 국내 매출이 30%가량 떨어지기도 했다. 김 회장은 “그래도 건전한 민주주주와 자본주의를 지키는 데 힘을 보탠 것 같아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행히 해외시장과 면세점 사업이 매출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김 회장은 “면세점에선 매장별로 300∼400% 빠르게 성장하면서 상위 5위권 브랜드로 안착했다”고 소개했다.
이런 도전을 바탕으로 한중일 3국에서 3, 4년 내에 매출 1조 원을 돌파하고 2015년에는 미국과 남미에도 진출해 5년 내 1조5000억 원 규모로 키우는 것이 ‘최고비전책임자(Chief Visionary Officer)’가 공식 직함인 김 회장의 포부다.
“MCM 인수 초기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패션쇼를 준비하는데 현지 마케팅 담당자로부터 ‘노란 얼굴(아시아인)이 쇼장에 나와 있으면 가치가 떨어져 보인다’는 말을 듣고 기가 막혔죠. 반전처럼 찾아온 ‘아시아 르네상스’를 활용해 한국의 여성 중소기업인이 어떤 활약을 펼칠지 기대해 주세요.”
취리히=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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