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동맹 60년 朴대통령 방미
“박근혜 대통령이 존 베이너 하원 의장보다 영어를 더 잘했다.”
한미경제연구소(KEI) 에이브러햄 김 부소장은 8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박 대통령 방미 성과 평가’ 세미나에서 이렇게 조크를 던졌다. 박 대통령의 미 의회 상·하원 합동연설에서 베이너 하원 의장이 박 대통령을 소개하다가 살짝 발음이 꼬여 웃음이 터진 것에 빗대 박 대통령의 영어실력을 치켜세운 것이다. 이날 한미 경제인 오찬에 참석한 미국 측 고위 당국자들도 “박 대통령의 영어 실력이 역대 한국 대통령 가운데 가장 낫다”고 입을 모았다.
박 대통령은 영어를 포함해 5개 언어를 한다. 영어와 프랑스어는 토론이 가능한 정도이고 중국어와 스페인어는 간단한 대화가 가능한 정도의 실력으로 알려져 있다. 영어 실력의 경우 리콴유 싱가포르 전 총리가 “1979년 10월 싱가포르 총리 시절 퍼스트레이디를 대행했던 박 대통령이 박정희 당시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직접 통역했다”고 기억할 정도로 유창한 편이다. 박 대통령이 8일 연설에서 낭독한 영어 속담 ‘You cannot have your cake and eat it, too(모두를 얻을 수 없다)’ 표현도 외교라인의 초안에는 없었던 것으로 직접 써서 넣었다는 전언이다.
중국어는 1990년대 정치권 입문 전 EBS 강의를 보고 5년 이상 독학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EBS 직원과 만난 자리에서 “교재를 사다가 밑줄을 쳐가면서 아침마다 들었다. 특히 프로그램을 통해 선생님 발음을 들으며 익혔는데 중국에 가서 지도층과 대화하니까 발음이 좋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한 측근은 “박 대통령이 EBS뿐 아니라 여러 테이프로 된 교재를 반복해서 들으며 중국어를 익혔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박 대통령은 2007년 전후 인터뷰에서는 “예전에는 중국어를 더 잘했지만 쓰지 않으니까 자꾸 까먹는다”고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박 대통령이 미 의회 연설에서 프롬프터를 보며 또박또박 영어 연설문을 읽는 모습이 종일 화제가 됐다. 신모 씨는 동아닷컴에 ‘품격 높은 영어 실력에 박수를 안 보낼 수가 없네요’라는 댓글을 달았다. ID ‘수***’를 쓰는 누리꾼은 한 인터넷 카페에 ‘선거 때 다른 분을 응원했지만 박 대통령 영어 연설 정말 멋져 보이네요’라는 글을 올렸다.
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연설 직후 자신의 트위터에 “영어 실력은 싸이가 한 수 위인데 박근혜 대통령은 영어로 연설하고 싸이는 한국말로 노래한다. 누가 더 자랑스러운가?”라며 박 대통령의 영어 연설을 비판했다가 누리꾼들의 비난이 쏟아지자 글을 삭제하기도 했다.
영어 연설뿐 아니라 박 대통령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백악관 로즈가든 복도를 통역 없이 10여 분간 걸으며 대화를 나누는 모습, 공동 기자회견장에서 동시통역사의 말을 전달해주는 장치인 리시버를 귀에 꽂지 않고 오바마 대통령의 답변과 미국 기자의 질문을 이해하는 듯한 모습 등도 화제다.
동정민 기자·워싱턴=신석호 특파원 dit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