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다자협력 미온적… 공감표시 안해 우경화 日 동참 의문… 中은 환영논평정부, 非군사분야부터 접근 방침
‘국제무대에 데뷔는 했으나 갈 길은 첩첩산중.’
박근혜 대통령이 8일 미국 의회 상·하원 합동연설에서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서울 프로세스)’을 제안하면서 정부의 동북아 외교 프로젝트에 본격적인 시동이 걸렸다. 외교부는 박 대통령의 방미 일정이 마무리되는 대로 북미국과 동북아국, 한반도평화교섭본부 등이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이 구상을 구체화하는 데 집중할 방침이다.
그러나 구상 실현의 동반자가 돼야 할 주변국들의 반응이 미지근해 당초 기대만큼의 속도로 성과를 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벌써 나온다. 워싱턴에서 이 구상을 발표할 기회를 내어준 미국조차 아직 분명하게 이에 대한 지지나 공감을 표시하지 않고 있다. 7일 한미 정상회담 후 브리핑에서 윤창중 청와대 대변인은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에 대해서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지지했다”고 밝혔지만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에 대해서는 “두 정상이 협의를 가졌다”고만 전했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9일 “박 대통령이 방미 기간 제안한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의 목표와 취지를 적극적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우경화가 심화되는 일본과 이에 거세게 반발하는 중국의 협력을 동시에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한국 정부 관계자는 말했다.
외교부 안팎에서는 ‘서울 프로세스’라는 명칭을 부담스러워하는 시각도 있다. 주요 2개국(G2)인 미국과 중국이 동북아 지역의 외교 이니셔티브를 놓고 힘겨루기를 하는 상황에서 한국이 섣불리 주도권을 쥐려는 모양새가 되면 G2의 적극적인 지지를 끌어내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정부는 일단 북핵이나 북한 인권 같은 민감한 외교 현안이 아니라 환경문제와 재난구조, 사막화, 원자력 안전 등 연성 이슈를 중심으로 접근할 방침이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