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박6일 방미의 외교-경제 성과
○ 한 손엔 외교, 다른 손엔 경제
이번 방미의 최대 성과는 오바마 대통령의 입을 통해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등 박 대통령이 추진하는 대북 정책이 한국만의 생각이 아닌 국제사회의 생각임을 확인한 데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의 도발에는 한미 간 강한 억제력으로 대가를 치르게 하고, 태도를 바꿔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나서면 상응하는 지원을 하겠다는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가 곧 자신의 구상임을 확인해줬다.
박 대통령은 확고한 대북 공조 외에도 한미 간 미묘한 현안에 대해 오바마 대통령으로부터 우호적 답변을 끌어냄으로써 실리외교를 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뜨거운 감자’였던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문제에 대해 오바마 대통령은 빨리 결론을 내리도록 행정부에 지시하겠다고 했다.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문제에 대해서는 변함없는 확고한 방위공약을 약속했다. 미래 에너지로 불리는 셰일가스(퇴적암인 셰일 층에 매장돼 있는 천연가스) 연구개발을 함께 하고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서 협력 기반을 마련한 것 등도 실리외교 성과로 꼽힌다.
북한 문제로 한국 경제의 불안감이 커지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에 대해서도 이번 방미를 통해 자신감을 회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6일(현지 시간) 뉴욕 맨해튼에서 열린 한국투자신고식에서는 보잉과 커티스라이트, 올모스트히어로스 등 7개 미국 기업으로부터 3억8000만 달러의 투자를 유치하는 성과를 올렸다.
○ 방문 발언 뒤에 숨은 5가지 코드
방문 기간 박 대통령의 발언을 살펴보면 앞으로 외교 정책이 어느 방향으로 갈지 밑그림이 그려진다. 먼저 박 대통령은 개성공단의 가동 중단과 관련해 “북한이 이미 스스로 대가를 치르고 있다”고 말했다. 개성공단의 피해자는 남한이 아닌 북한이라는 얘기다. 그만큼 개성공단 문제가 장기화하더라도 북한의 의도에 끌려가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미 의회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을 통해 처음 밝힌 비무장지대(DMZ) 내 세계평화공원 조성 구상은 개성공단 국제화, 유라시아철도 공약 등과 맞물려 대북 문제를 남북만이 아닌 국제사회와 함께 풀어가겠다는 구상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은 미 의회 연설에서 자신의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도 상세히 소개했다. 미국을 포함한 동북아가 소프트한 이슈에서 시작해 영토 분쟁 등 정치, 안보 분야로 공조를 넓혀가자는 것으로 한미동맹이 그 견인체임을 역설했다.
일본의 역사 왜곡에 대해서도 국제사회가 한목소리를 내줄 것을 호소했다. 이 문제도 단기간에 해법을 찾지 않겠다는 의미다. 이에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9일 기자회견에서 “전후 일본의 발걸음, 역사에 대해서도 정당하게 평가하길 바란다”고 반박하는 등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아사히신문은 한일관계 회복이 더 어려워졌다며 지난주 미국을 방문한 일본 각료 등에게 오바마 행정부의 고위 관계자가 역사인식과 관련한 우려를 비공식적으로 전달했다고 소개했다.
북한은 9일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을 통해 박 대통령 방미에 대해 첫 반응을 내놓았다. 노동신문은 6면에 실린 ‘망신행차’라는 제목의 2단 단평을 통해 “첫 일정부터 낯 뜨겁게 푸대접을 받았다”며 “비행장에 영접 나온 일행 중 미국 정부 관리는 한 명도 없었다. 홀대도 이만저만한 홀대가 아니다”라고 비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