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내주초 금리 0.1~0.25%P 인하 “1억 맡기면 1년이자 270만원 안돼”
광주에 사는 최진우 씨(67)는 9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소식을 듣고 한숨을 내쉬었다. 퇴직금을 비롯한 현금자산을 은행에 맡겨놓고 있는데, 안 그래도 낮은 금리가 더 떨어지게 돼 이자수입이 줄어들게 생겼다. 최 씨는 “이자만으로는 도저히 생활할 수 없어 올 들어서는 원금에 손을 대고 있다”며 “저금리 기조가 지금처럼 이어지면 생계유지가 어려울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리면서 은퇴자 같은 이자생활자의 수입은 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이 조만간 정기예금 금리를 내릴 예정인 데다 퇴직연금의 수익률도 지속적으로 나빠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은행은 곧 정기예금과 시장금리부 수시입출예금 등의 금리를 0.1∼0.2%포인트 내릴 계획이다. 우리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기업은행 등 나머지 은행도 이르면 다음 주 초에 예금 및 대출 금리를 0.1∼0.25%포인트 인하할 방침이다. 현재 주요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기본금리(1년 만기)는 연 2.7∼2.9% 수준이다. 1년간 1억 원을 맡겨도 이자수입은 연간 270만∼290만 원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여기다 이자소득세 등 세금을 빼면 이자수입은 더 낮아진다.
은행에서 돈을 빌린 대출자는 이자 부담이 다소나마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신규 대출자는 다음 주 월요일인 13일부터 내린 금리를 적용받고, 기존 변동금리 대출자는 금리변동 주기(3∼6개월)에 따라 순차적으로 금리가 내려갈 것으로 보인다. 주택담보대출로 1억 원을 빌렸다면 연 20만∼25만 원의 이자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기준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전망이 줄곧 나오면서 은행들이 금리를 계속 내려온 터라 금리 인하폭은 예상보다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